[정상혁의 글로벌인사이트] 일본은 왜 금리를 안 올리나?

정상혁 기자 ㅣ digihyuk@chosun.com
등록 2024.06.10 09:55

일본 화폐 엔화 / 뉴스1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가 지난 6일 0.9734%에 거래돼 지난달 5월 2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4.3%)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 무려 3.3%포인트나 낮은 수치다.

증시는 지난 3월 닛케이 지수 4만1000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어 캐피털이코노믹스(CE)와 라쿠텐은행 등 여러 기관들이 정부의 금리 인상을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일본은행(BOJ)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충분히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나카무라 도요아키 일본은행 정책 이사는 지난 6일 "소비가 약해지면 2025 회계연도 이후 인플레이션이 2%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어 당분간 현재의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상 일본 정부의 저금리 정책은 소비 진작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올해 1분기 GDP 성장율은 연율 기준 마이너스 2%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2%, 1% 증가했고, 3분기에 -0.9%로 감소한 뒤 4분기 0%를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GDP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개인 소비가 0.7% 줄었기 때문이다. 저금리로 인해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 물가가 올라 개인 소비는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 진작을 방해하는 '나쁜 엔저'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 환율 개입에 그치고 있다. 올해 4월 말 이후 일본은 두 차례 엔화 매수를 통해 환율을 한때 1달러=152엔까지 끌어내렸지만 미일 간 금리 차이로 인한 엔저 상황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나쁜 엔저’를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금리인상이지만 일본은행은 다음 두가지 이유로 이 카드를 꺼내지 못하고 있다.

첫째, 엔저가 일본 경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00만 명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상장기업들이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해외 자본의 투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화장품 대기업 코스메트가 일본에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고 아마존, 구글, IBM 등 미국 하이테크 대기업들도 일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 모두 엔저 덕택인 것이다.

둘째, 정치적 문제 때문이다. 11년 전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이를 위해 엔저 상황은 필수적이다. 또 국가 부채가 GDP의 2배가 넘기 때문에 엄청난 재정 압박을 감수하면서까지 함부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본은행 아다치 세이지 정책 심의위원은 지난달 30일 “일본 경제의 회복 기운에 찬물을 끼얹는 ‘졸속 금리인상’은 절대 안 된다”면서 “금리는 매우 느린 속도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완만한 속도로 경기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조정할 개연성이 높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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