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넷플릭스 제공
천우희는 벌써 20년 차 배우다. 그동안 영화 '써니', '한공주', '곡성',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 꾸준히 대표작을 써온 그는 여전히 변신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아직 연기 갈증을 해소하지 못했다"라고 말한 그에게 또 다른 변신의 기회가 왔다.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 23일 진행된 천우희의 인터뷰에 앞서 '더 에이트 쇼'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천우희는 기분 좋은 소식으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것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더 에이트 쇼'가 결국은 전 세계 분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우리 작품이 이야기하고 있는 게 사회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 않나. 모두가 그 이야기에 공감해 주실 거로 생각했고, 재미있는 측면으로도 좋아해 주실 거라 기대했는데 다행히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더 에이트 쇼'는 마치 계급 사회의 축소판을 연상케 하는 구조로 화두를 던지기도 하지만, 극 중반 늘어지는 텐션과 후반부 잔인한 고문 신은 호불호를 유발했다. 천우희는 이런 평가에 대해 "저는 오히려 우리 작품이 호불호가 갈리는 이야기라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식대로 받아들여지고 대입하는 대로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고, 많은 사람이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호불호가 나뉠수록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많은 분이 보시고 각자의 생각을 얘기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강조했다.
도전은 때론 동력이 된다. 천우희에게 '더 에이트 쇼'가 그랬다. '더 에이트 쇼'는 극 중 천우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본능에 충실한 '8층' 역을 맡았다. 도파민만을 좇는 쾌락주의적 성향에 미워할 수 없는 러블리 매력까지 겸비한 인물이다. 여기에 섹슈얼한 매력까지 담아야 했다. 오묘한 8층의 매력에 빠진 시청자들은 '천우희여야만 했다'라며 연기 호평을 쏟아냈다.
"연기 호평? 기분 굉장히 좋다"라고 수줍게 미소 지은 천우희. 그는 "저는 8층이 '더 에이트 쇼' 주최자들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주최자가 얻고 싶어 하는 도파민, 그걸 본능적으로 간파한다. 그래서 8층을 연기하며 고민되는 부분이 많았다. 보시는 분들께 접점을 만들 수 있을까 싶었다. 어떤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보니까 어떻게 하면 매력적으로 보일까 고민이 많았다. 좋게 봐주셔서 마음이 놓인다"라고 그간의 고민을 전했다.
그동안 4차원적 캐릭터는 자주 소화했지만, 섹시함을 전면에 내세운 캐릭터는 처음이었다. 천우희는 "8층이 본능을 따르는 인물이다 보니까 본성을 자극하는 섹슈얼함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게 시청자분들께 피로감을 드리진 않을까 싶기도 했다. 의상을 많이 입는 부분에서는 눈요기가 되길 바랐다. 캐릭터 자체가 강렬해서 준비한 부분이 있었는데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안도했다.
천우희는 MBTI에서 파워 J 성향을 가졌다. 무엇이든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생각한 대로 진행되어야 심적 평안을 얻는다고 말한 그는 '더 에이트 쇼'에서만큼은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본능에 따라 연기하려 했다고 전했다.
"저는 연기할 때 정말 준비를 많이 한다. 이번 작품은 저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대본을 읽고 딱 든 생각이 '이번에 머리 풀고 제대로 놀아볼 수 있겠는데'였다. 작품 전체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다. 제가 계획한 것을 다 집어던지고 직관과 본능에 따라서만 연기하면 어떨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현장에서 변화하는 부분이 많았다. 8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다 보니까 제 예상과는 다르기도 했지만, 배우들과 합을 맞추고 밸런스를 맞추면서 8층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원했던 만큼의 자유가 주어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더 에이트 쇼'를 통해 한층 성장한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한 천우희다. "연기적 갈증을 아직 폭발은 못 시킨 것 같다. '이번에 폭발 시켜볼까?' 했는데 그 직전까지만 간 것 같다. 어쨌든 작품을 선택하거나 연기할 때 많은 도전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많이 들었다.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스스로 의심과 도전을 이겨냈다는 그런 만족감은 있다."
천우희는 이달 JTBC 토·일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 이어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로 시청자를 찾았다. 동시기 다른 장르의 두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게 된 천우희는 "제 징크스이기도 하다"라고 운을 뗐다.
"제가 2년 동안 한 작품들이 항상 두 작품씩 겹쳐서 공개될 때가 많았다. 한 달 사이에 나오는 게 많아서 홍보도 항상 같이하곤 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몰아서 보여드린 만큼 그만큼의 공백이 생기는 거다. 한편으로는 아예 다른 장르와 다른 색깔의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어서 보시는 분들께 나름의 재미가 있을 거로 생각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작품 공개 시기가 겹치는 것뿐만 아니라 촬영 기간까지 겹쳤던 천우희는 심적 부담감을 버티며 연기했다. 혼자만의 싸움 이후엔 성취감이 남았다.
"'이로운 사기'와 '더 에이트 쇼'를 같이 촬영했었다. 개인적으로 심적인 부담이 컸던 시기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땐 아주 힘든 시기였지만 그 산을 넘고 나니 단단해진 것 같다. 이젠 그럴 나이가 됐나 보다.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 저를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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