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현 부회장 DS부문장 위촉…경계현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 이동
이재용 회장·삼성전자 '도약의 계기' 공감대…반도체 전략 변화 전망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를 찾은 이재용 회장이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 건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이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에 임명돼 앞으로 반도체 사업을 이끌게 된다. 재계 등에서는 미래 반도체 경쟁력에 이상 신호를 감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원포인트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1일 미래사업기획단장 전영현 부회장을 DS부문장에 위촉하고, 미래사업기획단장에 DS부문장인 경계현 사장으을 위촉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전영현 부회장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신임 DS부문장을 맡은 전영현 부회장은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플래시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 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 동안 대표이사 역할을 수행했으며 지난해 11월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위촉돼 삼성전자/전자관계사의 미래먹거리 발굴역할을 수행해 왔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은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삼성SDI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이라며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이 미래사업기획단장 역할을 맡은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DS부문장으로 이동한 이사 배경을 주목한다. 삼성전자 부문장의 원포인트 인사도 이례적이다.
결국 반도체 사업의 쇄신 필요성을 느낀 이재용 회장이 수장 교체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이재용 회장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장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삼성전자 미래 반도체 전략을 구상해 왔다. 그 동안 이재용 회장은 '변화'와 '도전'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반도체 사업 도약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것으로 전해졌다. 경계현 사장도 이 같은 부분을 인지하고, 회사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위기'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글로벌 최고라 자부하던 메모리 사업에서 경고음이 강하게 울렸다. 인공지능(AI) 시대 핵심으로 평가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경쟁사에 뒤쳐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낸드 공정 경쟁력도 과거와 같은 초격차를 유지 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은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쉽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19년 이재용 회장이 2030년까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도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 경영진) 모두가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공감하면서 반도체 사업의 수장 교체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경영진단, 인적쇄신 등을 통해 반도체 전략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기 대표이사, 삼성전자 DS부문장을 역임하면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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