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독 악역일 때 사랑받는 배우 박성훈이 선역을 향한 바람을 전했다. "차기작으로는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좋겠다"라며 '눈물의 여왕' 속 윤은성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선한 미소를 지었다.
'눈물의 여왕' 종영 후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박성훈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눈물의 여왕'은 퀸즈 그룹 재벌 3세 백화점의 여왕 '홍해인'과 용두리 이장 아들 슈퍼마켓 왕자 '백현우', 3년차 부부의 아찔한 위기와 기적처럼 다시 시작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 중 박성훈은 월가 애널리스트 출신 M&A 전문가이자 목적을 가지고 퀸즈가에 접근한 '윤은성' 역을 맡았다.
박성훈은 지난 2022년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속 악역 '전재준'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차기작으로 '남남', '유괴의 날' 등에서 열연했지만 악역으로 보여준 임팩트가 컸던 탓에 아직도 그를 '전재준'이라 부르는 이들이 많다. '눈물의 여왕'에서도 극강 빌런으로 활약했던 박성훈은 "공교롭게 악역을 했던 것들이 이슈가 돼서 제가 그렇게 각인이 되는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전재준'에 이어 '윤은성'으로 결이 다른 악역을 소화한 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캐릭터적 차이점을 두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박성훈은 "감독님께서도 윤은성이 전재준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우려를 하셨다. 그래서 어투나 스타일에 차이를 주려고 했다. 재준이는 날티나는 스타일이었다면 은성이는 젠틀하게 보일 수 있는, 나이스한 모습에 신경을 썼다"라며 "특히 억양에서도 재준이는 앞쪽에 악센트를 줬다면 은성이는 뒤쪽에 강세를 줘서 화를 날 때도 더 위협적으로 보이려고 했다"라고 디테일한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박성훈은 악역으로 사랑받는 비법을 묻는 말에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저 대본에 충실하게 연기하려는 편"이라고 운을 뗀 그는 "누구나 마음속에 여러 가지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나. (악역을 연기할 때는)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확장해서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성훈은 이런 과정을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이미 체득했다며 "연극 무대에 서면서 이런 게 단련된 것 같다. 감정을 폭발시키고 절규하면서 (무대 위에서) 감정을 확장하는 일, 공간을 제 에너지와 목소리로만 채우는 연습이 되어 있어서 그런 경험 덕분에 악역 연기에 도움을 받지 않았나 싶다"라고 전했다.
윤은성은 홍해인(김지원)을 사이에 두고 백현우(김수현)과 삼각 관계를 이룬다. 일그러진 사랑의 감정을 표출하며 두 주인공의 로맨스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도 맡았다. 특히 후반부 은성의 감정선이 점점 쌓이며 폭발하는 부분에선 극을 압도하는 존재감으로 호연을 펼친 그다. 박성훈 역시 그 과정을 이번 작품에서 가장 어려웠던 작업으로 꼽았다.
박성훈은 "후반부에 복잡 미묘한 감정이 레이어처럼 쌓이는 신들이 많았다. 저도 연기하면서 버겁고 답답했다. 해인이가 수술 후 깨어났을 때 가스라이팅 하는 부분에서는 되게 죄책감을 느끼고 힘들었다"라며 "연기를 해야하지만 정말 연기하기 싫었던 장면이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은성의 처절한 최후에 대해 "은성이를 꼭 그렇게 죽여야만 했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죽지 않고) 죗값을 치렀다면 또 해인이에게 집착했을 것 같다. 둘을 위해서더라 은성이의 죽음이 필요했던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극 중에선 대립하는 사이지만, 메이킹 필름을 보면 김수현, 김지원과 함께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이끈 박성훈이다. 그는 두 사람과의 연기 호흡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현이는 정말 똑똑하고 스마트한 친구다. 그런데 자신을 일부러 조금 낮춰서 주변 사람에게 헛 웃음을 짓게 하는 매력이 있다. 그렇게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 어린 시절부터 주연을 해와서 그런지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것 같았다. 동생이지만 배워야겠다 싶었다."
"지원이는 딱 갖춰진 모범생 스타일이다. 촬영 준비도 정말 잘 해오고, 연기하고 나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움이 전혀 없는 스타일이다. 굉장히 성실하고 착하고 예의 바르고 겸손하다. 수현이도 마찬가지지만, 지원이 역시 '잘될 수밖에 없는 친구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번에 특히 더 미모가 빛을 발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지원이가 역할을 위해 일 년 가까이 식단 조절하며 고생한 걸 봐서 안쓰럽기도 했다. 그 노력이 빛을 발한 것 같아서 동료로서 대견하게 생각한다."
박성훈은 글로벌 흥행작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또 다시 흥행을 예고했다. 이미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시리즈에 참여하게 된 그는 "제가 해온 작품 수를 헤아려보니까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딱 50번째 작품이더라"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박성훈은 "'눈물의 여왕'과 '오징어 게임 시즌2'를 굉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같이 촬영했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배우로서의 직업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눈물의 여왕'이 올 상반기 최대 기대작이었고, '오징어 게임 시즌2'는 하반기 기대작이지 않나. 저는 배우로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라며 "지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도 제 캐릭터 이름이 있을 것 아닌가. 지금은 재준이와 은성이로 불리는데 내년에는 '오징어 게임' 속 역할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까 싶다"라며 기대감을 덧붙였다.
박성훈은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한 후 올해로 16년 차 배우가 됐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박성훈이라는 배우를 각인시킨 작품은 2018년 방영된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부터다. 극 중 '장고래' 역을 맡은 박성훈은 중장년층의 사랑을 받으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이어 2022년 만난 '더 글로리'로 대표작을 갈아치웠고 올해 '눈물의 여왕'까지, 꾸준히 인생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경력이 쌓이고 있지만 박성훈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매번 즐거움을 느끼며 연기하고 있다. 제 아버지께서 제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해주신 말씀이 '뭘 선택하든 상관 없이 선택하면 한길만 파라'는 말씀이셨다. 그 말씀 덕분인지 단 한순간도 다른 걸 해보자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매체 불문하고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멋지게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2024년 첫 시작을 넷플릭스 '선산'으로 연 박성훈은 tvN '눈물의 여왕'에 이어 하반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2'로 쉴 틈 없는 한 해를 보낼 예정이다. 글로벌 기대작에 합류한 그는 본격적으로 흥행 가도를 탈 전망이다. 무대와 매체를 오가며 쌓은 실력으로 '한길만 파겠다'는 다짐을 이어가고 있는 박성훈. 그런 그가 보여줄 40대, 50대, 또 그 이후의 연기는 어떨지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