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어라운드어스 제공
하이라이트가 원래 이름을 되찾았다. 비스트가 하이라이트로, 팬클럽 뷰티가 라이트가 되는 과정 속에서 아티스트와 팬은 무수한 불안을 함께 견뎠으리라. 이제 하이라이트와 팬은 두 이름을 모두 가지고 3막을 시작한다. 그 서막이 5월 10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2024 단독 콘서트 'LIGHTS GO ON, AGAIN(라이츠 고 온, 어게인)''에서 펼쳐졌다. 이번 단독콘서트 타이틀은 비스트의 네 번째 미니앨범명과 같다. '불이 다시 켜지다'라는 뜻에 하이라이트이자 비스트로 나서는 새 다짐이 담긴 듯 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 DOME(구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둘째 날 공연은 지난 2월 발매한 미니 5집 수록곡 'Switch on(스위치 온)'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Alone(얼론)', 'PRIVACY(프라이버시)' 무대로 성숙미를 드러낸 하이라이트는 비 내리는 날 공연장을 찾아와준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기광은 "우리끼리 따뜻하다 못해 아주 뜨겁고 핫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양요섭은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뜨거운 공연을 완성시켜 달라. 하이라이트의 모든 무대의 완성은 항상 여러분들이 시켜주시는 거니까 여러분을 믿고 저도 즐겁게 놀아보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하이라이트가 2022년 5월 이후 2년 만에 연 완전체 콘서트다. 2020년 막내 손동운이 전역한 후 전원 군필돌로서 진행한 공연 중 최대 규모다. 6년 만에 KSPO DOME에 재입성한 하이라이트는 그간의 아쉬움을 달래듯 'PAPER CUT(페이퍼 컷)', 'Feel Your Love(필 유어 러브)'에 이어 'SLEEP TIGHT(슬립 타이트)', 'CALLING YOU(콜링유)', 'Give You My All(기브 유 마이 올)'로 다채로운 무대를 꾸몄다. 'SLEEP TIGHT' 무대에서는 공중으로 올라간 멤버들이 천장의 행성 조형과 나란히 자리하며 몽환적인 무드를 더했다.
최근 신곡 'BODY(보디)'로 챌린지 열풍을 일으켰던 하이라이트는 컴백 활동을 무사히 마친 소감도 전했다. 손동운은 "이번 활동도 여러분 덕분에 행복하고 감사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며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양요섭은 "'잇츠라이브' 때 '보디'를 처음 들려드렸는데, 처음 듣는 노래라 (팬분들이) 따라 부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소절부터 바로 따라 부르시더라. 라이트의 음악적 재능이 아주 뛰어나다. 그 안목으로 하이라이트를 고른 것 아닌가"라며 16년 차 아이돌과 팬다운 케미를 자랑했다.
하이라이트는 이번 공연에 15년을 아우르는 세트리스트를 담았다. 중간 VCR에서는 뷰티에서 라이트가 된 한 소녀팬의 모습과 함께 '비스트'라는 이름을 꺼냈다. 하이라이트는 비스트 데뷔곡 'Bad Girl'로 공연장을 단숨에 2009년으로 되돌렸다. 데뷔 초가 떠오르는 화이트 의상을 맞춰 입고 나온 멤버들은 여전한 에너지로 무대를 채웠다. 비스트에게 첫 음악방송 1위를 안겨준 'Shock(쇼크)'에 이어 히트곡 'Special(스페셜)', 'Shadow(섀도)', 'Good Luck(굿 럭)', '숨'까지 내달렸다. 특히 '숨' 무대에서 양요섭은 전설의 '양돈노'를 재현하며 저력을 뽐냈다.
열정적으로 무대를 선보인 하이라이트는 "쏘 비스트"라고 인사했다. 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비스트'에 대한 상표권 합의를 마친 이들은 비스트로서 무대에 섰다. 8년 만에 입에 올리는 인사말에 멤버들은 벅찬 모습을 보였다. 오랜 팬들 역시 비스트 시절 슬로건과 응원봉을 들고 환호했다. 양요섭은 "이 이름에 우리만이 알고 있는 추억이 있지 않나"라며 데뷔부터 하이라이트로 지금에 오기까지 십수 년 세월을 언급했다.
이제 두 팀명을 모두 쓸 수 있게 된 이들은 각각의 이름을 더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이기광은 "누가 올려주신 걸 봤다. 하이라이트와 비스트를 줄이면 '하트'고, 라이트와 뷰티를 줄이면 '라뷰'라더라.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어쩜 이렇게 예쁜 글자를 만들어주셨는지 감사하다"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20대 초반에 데뷔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멤버들이다. 손동운은 "이번에 무대 준비를 하면서 발차기 안무 연습할 때 '아이고야'하면서 했었다. 그런데 여러분의 응원이 있고 환호성이 너무 커서 날아차기를 하게 됐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기광도 "옛날에는 어쩜 그렇게 숨도 안 차고 춤추면서 노래를 했나 싶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앞으로도 건강관리 잘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야 멋진 노래와 춤을 마음껏 보여드릴 수 있을 테니까"라고 다짐했다.
윤두준은 데뷔곡 '배드걸'을 언급하며 "사실 저는 '배드걸'을 들려드리면 여러분이 되게 신나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첫날 공연에서 앞에 계신 분들이 우시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벅차셨나 보다. 저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감정 조절이 잘 안됐던 것 같다"라며 애틋함을 드러냈다.
이후엔 때 마침 비 오는 공연 날에 딱 맞는 감성 이별곡 '비가 오는 날엔'을 시작으로 멤버 4인의 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귀 호강 시간이 이어졌다. 'Ribbon(리본)'과 'The fact(더 팩트)', 그리고 발라드 버전의 'Fiction(픽션)', 콘서트 타이틀과 같은 'Lights Go On Again'과 같은 앨범 수록곡 'Lightless(라이트리스)' 무대에선 객석도 잠시 차분해진 채 오롯이 멤버 4인의 보컬에 집중했다.
'불어온다' 무대까지 마친 하이라이트는 촉촉한 감성에 젖은 사이 팬들을 향한 깊은 진심을 전했다. 윤두준은 "이번 공연 소감을 말씀드리자면 너무나 행복했다. 저희가 2021년 앵콜콘서트 때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처음 공연을 했는데 그때 '너희가 12년 후에 같은 곳에서 공연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면 '잘 모르겠어요' 했을 것 같다"라며 "열심히 잘 달려와준 멤버들과 팬분들 덕분이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더욱 오래 행복한 추억을 만들자"라고 말했다. 양요섭은 "특히 여러분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콘서트라는 이벤트는 참 기적 같은 일인 것 같다. 항상 저희에게 이런 기적 같은 선물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지금처럼 여러분, 그리고 멤버들과 함께라면 정말 오랫동안 노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 원동력이 되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하이라이트는 'Don't Leave(돈 리브)' 무대에서 객석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리프트를 타고 2층에 닿은 이들은 팬들과 눈을 맞추며 남다른 팬 사랑을 드러냈다. 공연 말미에는 하이라이트가 팬들에게 전하는 사랑의 노래, 'Beautiful(뷰티풀)', '니가 제일 좋아', 'V.I.U(Very Important U)로 앵콜 무대를 채웠다. 열기가 식지 않자 다시 무대에 선 하이라이트는 리앵콜까지 하며 3시간 반에 가까운 시간을 꽉 채웠다.
올해로 데뷔 16년 차 중견 아이돌로 자리하고 있는 하이라이트는 활동기 절반을 차지했던 비스트로서의 추억을 되찾았다. 멤버들의 탈퇴뿐 아니라 상표권 문제로 팀명을 잃고 새 시작을 결심하기까지 여러 고난이 있었다. 팬들은 걱정과 눈물로 얼룩졌던 시간을 거쳐 꿋꿋이 멤버들의 옆을 지켰다. 지금의 신뢰를 이뤄낸 아티스트와 팬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매 무대에서 느껴졌다.
오랜만에 완전체 공연을 선보인 하이라이트는 12일 마지막 서울 공연을 마치고 6월 홍콩과 방콕, 7월 가오슝과 도쿄 등에서 아시아 투어를 진행, 뜨거운 열기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