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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흐르는 눈물에 마음이 채워지고 [배우톡]

조명현 기자 ㅣ midol13@chosun.com
등록 2024.04.12 16:54

사진 : tvN '눈물의 여왕' 방송캡처

"연기라는 게 글로 쓰인 것도 아니고 특정 공식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김수현 연기를 보고 놀라서 그 아이가 몇 살인지 알아봤더니 아직 군대도 안 갔다 온 20대더라고요. 그 나이에 그렇게 많은 디테일한 부분을 챙겨서 표현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지난 2015년 배우 윤여정이 영화 '장수상회'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했을 때,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배우 김수현은 데뷔 당시부터 그 흔한 연기력 논란이 없었다. 호감이 있는 친구를 보내며 뒤돌아 "농약 같은 가시나"라고 되뇔 때에도('드림하이'), "멀어지라 명한 적도 없다"라고 외칠 때에도('해를 품은 달'), 천송이(전지현)의 고백에 "그런데 나는 널 어떻게 잊지"라고 되뇌며 눈물을 흘릴 때에도('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은 그 캐릭터가 되어 그곳 그 자리에 있었다. 시청자들이 그의 목소리에 떨리고, 설레고, 눈물짓던 이유였다.

김수현은 현재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백현우 역을 맡았다. 백현우는 어떤 면에서 보면 한결같은 인물이다. 한결같이 홍해인(김지원)을 사랑해왔다. 하지만, 결혼 후 전통에 따라 남편이 제사상을 준비해야하는 상황 속에서, 아내의 가족과 살아가는 환경 속에서, 아내를 상사로 둔 회사 때문에 그것을 잊은 채 살아왔고, 어떤 계기로 이를 깨닫아간다. 그 변화의 지점은 매순간 김수현을 통해 다가선다. '눈물의 여왕'은 분명 퀸즈그룹의 홍해인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그에게서 눈물을 흘리게 한 것도, 여왕의 자리에 앉힌 것도 바로 백현우, 김수현이다. 그는 눈물과 여왕의 미묘한 간극을 만들어내고 이를 채워간다.

김수현은 앞서 언급한 다수의 작품 속에서 '로맨스' 연기를 펼쳐왔다. 하지만 '눈물의 여왕' 속에서 그는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 먼 별에서 온 외계인이 아닌, 용두리에 굳게 발을 디디고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백현우는 김수현이 선보인 첫 전문직 역할이기도 하다. 김수현은 그런 인물을 '쉽게' 다가서지 않았다. 

사진 : tvN '눈물의 여왕' 방송캡처

이는 공개된 메이킹 영상 속에서 전해진다. "취하면 귀여워서 안되"는 후반 에필로그와도 연결되는 취중 연기를 남다른 준비로 임했다. 김수현은 "용두리 배나무 집 막내아들이 귀여운 거는 그냥 내추럴 본인데, 그냥 기본 옵션인데. 그냥 이렇게 태어나건데"라고 이야기하며 손을 겨드랑이까지 올리는 '쌈, 마이웨이' 속 김지원의 애교 연기를 준비해 오기도 했다. 이를 본 제작진은 "이거 하려고 앵글 확인한 거죠"라며 놀라는 모습도 보였다.

애드리브뿐만 아니다. 김수현은 퀸즈그룹의 변호사로 임할 때와 홍해인, 가족, 그리고 친구 앞에서의 목소리 톤에 관계성의 다른 지점을 만들어낸다. 말과 말, 행동과 행동 사이의 머뭇거림과 시선 처리, 그리고 아주 천천히 눈가를 적셔버리는 눈물에 있다. "내 옆에 있길 바랐다고, 언제나 그랬다고"라는 해인의 고백에 천천히 떨구는 눈물 한 방울, 그리고 해인에게 취중진담을 할 때에도, 기자회견 중인 해인을 바라보는 모습 속에도, 현우의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한 것은 백 마디 말이 아닌, 아주 천천히,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듯한 눈물이었다.

사실 김수현의 눈물의 힘은 과거부터 '그대로 믿고 싶어지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참지 못하는 눈물을 흘리면, 그 캐릭터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동생이 형을 죽인다"라고 외치는 상태(오정세)의 외침에 속절없이 눈물을 떨구다 이내 다리가 풀려버리는 강태를 보며, 누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었을까. 김수현의 눈물에는 물음표가 없다. 느낌표만 있을 뿐이다.

이는 김수현의 남다른 준비력에서 비롯됐다. 한 방송 관계자는 "김수현은 작품에 남다른 준비로 임한다.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분석하고 준비해 간다. 발성, 신체 훈련, 그리고 연기 연습까지 배우로서 임하는 시간을 위한 훈련을 한 순간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라고 그의 남다른 노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에 배우 윤여정이 전한 "그렇게 많은 디테일한 부분을 챙겨서 표현한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라는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아직 다행인 것은 16부작인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을 즐길 시간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특히, 오는 13일 방송되는 '눈물의 여왕' 11회에서는 백현우(김수현)와 윤은성(박성훈)이 맞붙는 장면이 예고되기도 했다. 이는 매주 토, 일 밤 9시 20분 방송된다.

사진 : 유튜브채널 'tvN 드라마' 영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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