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댓글부대'에서 임상진 기자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높이 날아올랐다. 그는 그렇게 추앙의 시절('나의 해방일지')를 보냈고, 악랄한 주먹으로 마석도 형사에게 감히 맞서며('범죄도시2') '천만 배우' 타이틀을 얻었다. 그렇기에 대중들이 '배우 손석구'에 대해 인지하는 모습에는 '액션'의 무게가 컸다. 그는 직접 때리고, 날아오르며 극의 흐름을 바꿨다. 하지만 영화 '댓글부대'에서는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댓글부대'는 임상진 기자(손석구)가 작성한 한 기업을 폭로하는 기사가 오보로 밝혀지며, 나락을 떨어진 그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온라인상에서 여론을 조작하는 집단이 있음을 제보받고 취재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속에서 손석구는 당해야 했고, 들어야 했다. 더욱 어려웠던 것은 그 상대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없다는 것. 수많은 모니터 뒤에 숨은 얼굴들에 대한 화두를 그렇게 던진다.
영화 '댓글부대'에서 임상진 기자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영화 '범죄도시2'로 천만 배우가 된 이후, 첫 번째 영화다. '댓글부대'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영화, 드라마를 찾는 것이 제가 해야 할 큰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댓글부대'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작품을 연출한 안국진 감독님의 작품이다. 참신하고 집요한 분이셨고, 새로운 대본과 감독님이시기에 임했다. 대본을 볼 때, 지극히 상업영화다운 대본도 있지만, '상업영화 대본이 이럴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본도 있다. 그 균형이 있는 작품이 좋더라. '댓글부대'는 그런 걸로 가득한 영화였다. 영화적이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사회상이 반영이 되어있었다. 특히, 요즘처럼 온라인 세계에서 사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편안해진 사람들에게 거울을 보여주는 것처럼 공감의 지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Q. 동명의 원작 소설이 있었다. 그 소설을 쓴 작가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고 들었다. 기자 출신의 소설가인 장강명 작가를 만나, 어떤 디테일을 더해갔는지 궁금하다.
"작가님께서 기자 출신이셔서, 그 바이브를 보고 싶었다. 제가 기자 분들에게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에 실제로 특종, 헤드라인 등에 얼마만큼의 열의를 가지고 쫓는지 여쭤본 것 같다. 그 분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부분이라 '사람 사는 게 특별할 게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저는 그렇다. 캐릭터를 취재할 때, 새로운 걸 알아내기보다는 '사람 사는 거 다 비슷하네'라는 안정감을 얻기 위해 하는 것 같다. 정보를 얻기 위해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디테일을 더해간 거라면, 기자 분들의 용어를 공부했다. '내용이 조금 스트레이트 해서 별로다'라는 대사 등의 아이디어를 덧붙이기도 했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어찌 보면 '액션'으로 익숙한 배우 손석구의 '리액션'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야기를 듣고, 반응하는 지점이 많았는데, 그 감정의 폭을 어떻게 디자인하며 만들어갔는지 궁금하다.
"사실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연기가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힘 있게 분출하는 액션이나, 실제 몸이나 말로 소리치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반응하고, 듣고 이런 걸 더 잘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감정의 폭은 매 지점 감독님과 이야기했다. 꽤 긴 시간 동안 이뤄지는 사건을 다루면서,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것과 싸우지 않나. 결국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고는 뉘앙스라고 생각했다. 섬세하지 않으면 따라오기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지점에서 화낼 건지, 슬퍼할 건지 등을 잘 설정해 놓아야 이질적이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가 이야기 순서대로 찍는 게 아니라, 감정의 폭을 디자인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Q. 그 디자인을 위해서였나. 임상진 기자와 직접 만나는 찻탓캇 역의 김동휘와 합숙까지 감행하며 호흡을 맞춰나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어떤 대화를 나누며 준비했나.
"대본을 탐구하는 방식이 다 다른 것 같다. 예를 들어 현봉식 배우 같은 경우에는 현장에 대본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 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외우고 온다. 엄청나게 노력하는 거다. 저는 퇴근하면 안 한다. 대신 계속 본다. 과거 드라마 '최고의 이혼' 촬영 때, 차태현 선배는 저에게 '너처럼 대본 깨끗한 애는 본 적이 없다'라고 하셨다. 각자 스타일이 다른 거지, 엄청난 연구를 하는 건 아니다. (김)동휘랑은 촬영 전부터 합숙을 많이 했다. 대본상에 몇 가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었다.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이 우리 둘의 만남이기 때문에, 그 만남이 자연스러워야 하고, 인위적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오랜 시간 고민의 결과물이 영화에 담겼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댓글부대'의 필연적 결말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명확한 결말을 원하기도 한다. 스스로 본 '댓글부대'의 결말은 어땠나.
"감독님과 나눈 대화로 확신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엔딩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명확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었다. 영화적 재미와 함께 이 영화가 현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상업영화는 이래야지'라는 것만 보여주기보다, 아티스트로 '상업영화가 이럴 수도 있다'라는 걸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했다. 지금도 우리는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도 첨예하게 대립하지 않나. 하나의 명확한 결말에 익숙할 수 있지만, 기존의 재미를 답습하기보다 오픈마인드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특히, 젊은 세대로 갈수록 자기만의 해석을 하고 싶은 욕망이 커질 것 같다."
Q. '짠한 형'에서 자신의 댓글을 보다 보면, 폐부를 찌르는 댓글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내용이었나. 반대로 감동을 받은 댓글도 있었나.
"저도 당연히 본다. 폐부를 찌르는 댓글들은 주로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다. 보면, 화가 난다. 저는 연기자이자 아티스트로서, 제가 하는 일은 '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저를 보고, 어떤 분이 '나도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는 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스스로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글을 볼 때. '좋아요'라는 댓글보다 그런 쪽으로 저를 보고 누군가가 무언가를 느끼고 나눌 때, 그것이 제 역할이고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댓글부대'라는 영화 특색에 맞춰서인지, 웹 예능에 굉장히 많이 출연했다. 특히, '살롱드립2'에서 과거 이상형으로 꼽은 장도연과의 만남은 큰 화제가 됐다. (인터뷰 당일, 3월 22 오전 기준) 676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 현상에 대해, '멜로 고민' 등 뭔가 생각한 바가 있을 것 같다.
"저는 유튜브 콘텐츠를 많이 하는 게 좋다. 제가 홍보팀과 이야기하며 '해보고 싶다'라고 하기도 한다. '유브이방(UV방)'이 그랬다. 신기한 건 제가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유브이방 측에서도 저와 어떤 콘텐츠를 하고 싶다고 해주셨다. 그래서 같이하게 됐다. 화제가 되는 건 제가 정하는 게 아니다. 제가 많이 이야기해도, 듣는 분에게 달렸다. 소비하시는 분들이 관심이 있으면, 제가 몇 마디 안 해도 봐주실 거다. 앞으로 잡혀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당분간 '멜로'는 못할 거다. 676만 조회수를 기록했다면, 그분들이 다 '댓글부대'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Q. 여전히 '손석구'라는 이름에는 '추앙'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그런 지점을 보면 어떤 느낌인가.
"그분들의 의견인 거다. 그런데 제가 과거 '사람들은 나를 이렇게 보는구나'에 대한 인지가 잘 되지 않았던 건 있는 것 같다. 저는 예전과 너무 다를 게 없었다. '나의 해방일지'가 공개된 후, 사람들은 '구씨'라는 캐릭터에 일부 제 모습을 투영해서 바라보고 있는 걸 몰랐다. 그걸 알았다면, 제가 하지 않았을 선택들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감을 가지고, 그 마음을 간직할 수 있게 해드려야 했는데 제가 무지했다. 저는 한 작품이 마무리됐으니,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지나고 나니, 그 작품을 사랑해 준 분들이 서운하실 수 있겠다 싶었다."
영화 '댓글부대'에서 임상진 기자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오랜 기간 몸담고 있던 소속사를 떠나, 1인 기획사 '스태넘'을 설립하게 됐다. 어떤 계획으로 1인 기획사를 설립하게 됐나.
"저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배우를 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것 외에 많은 일들을 겪고 보지 않나. 그런 지점에서 배우와 회사 간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소통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전 소속사에서도 그런 게 잘 되어서 재계약을 하면서도 있었던 거다. 그런데 저만의 방식으로 보고 체계와 소통 등 전반적으로 꾸려보고 싶었다. 하나하나 맞춰가고 있다. 서로 해보고, 보완하고,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 후배 양성 계획은 없다."
손석구는 '다작'을 이야기해 왔고,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추앙'의 계절을 지나, '카지노', '디피(D.P.)', '살인자o난감' 등의 다양한 장르 속에서 그의 존재감을 깊이 새기고 있다. 손석구의 연기는 액션과 리액션에 구별되지 않는 '현실'에 있다. 김성철 역시 손석구의 "하이퍼 리얼리즘 연기"에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합숙 등의 지점에서 엿볼 수 있듯, 그 현실은 '노력'에서 나온다. 멀리뛰기 전, 정성들인 도움닫기에 그의 중심이 있다. 앞으로의 손석구를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