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댓글부대'에서 찡뻤킹 역을 맡은 배우 김성철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해당 인터뷰에는 '댓글부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팀알렙이 세 명이잖아요. 그런데 그 세 명이 한 사람처럼 보였으면 했어요. 한 사람 안에도 다양한 모습이 있잖아요. 무언가를 도전하고 싶기도 하고, 망설이고 주저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진짜 주인공은 모니터이고, 찡뻤킹(김성철), 찻탓캇(김동휘), 팹택(홍경)이 한 사람에게 벌어지는 갈등의 요소들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 '댓글부대'에서 찡뻤킹 역을 맡은 김성철이 말했다. 김성철의 캐릭터 이름처럼, '댓글부대'는 여태껏 본 적 없는 영화다. 분명 모니터에서는 명확하게 보이는데, 실체는 명확하게 알 수 없는 '댓글부대'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큰 틀은 임상진 기자(손석구)가 취재한 대기업 '만전'과 관련된 기사가 오보로 알려진 후,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어디에서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이를 위해 김성철은 명확한 개연성이라는 평탄한 길에서 벗어난 비포장도로를 걸어간다.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팀알렙에서 찡뻤킹은 온라인에서 소문이나 여론을 조장하는 의뢰를 받아오는 인물이다.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쉽거든요. 그런데 전 대본 볼 때부터 어려웠어요. 그냥 똑똑하지 않게 살아가는 인물로 그리면, 되게 쉬운 캐릭터인데요. 그러면 너무 입체적이지 않을 것 같아서 저 혼자 많이 꼬았어요. 제가 찡뻤킹에 대해 '무슨 생각 하고 사는 사람인지 몰랐으면 좋겠다'라고 했거든요. 촬영하면서도 그렇게 찍었어요. '쟤 왜 저러는 거야'라는 반응이 제 최종 목표이기도 했어요."
Q. 과거 인터뷰에서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아주 작은 단위로 나눠서 생각한다고 이야기한 적 있다. 찡뻤킹은 어떻게 생각했나.
"팀알렙 셋은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났고, 찡뻤킹은 마케팅 회사를 다니던 인턴, 혹은 사원이었는데 일을 잘 못해서 잘렸다는 전사를 저희끼리만 나눠 가졌죠. 셋 모두 사회에 잘 녹아들지 못하는 친구들이었고요. 드러나는 서사는 아니라서, 찡뻤킹이 사람을 만날 때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태도, 표정, 거리감 등으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댓글부대'를 하면서, 본인들이 하는 일이 그렇게 큰 파장을 불러올 줄 몰랐던 거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처음부터 정의감이 있었을 텐데, 그런 인물도 아니고요. 그래서 변화하는 상황을 마주하면서 달라지는 모습들이 그의 성장 과정이라고도 생각했어요."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찡뻤킹의 외적인 분위기도 강렬했다. 핑크 브릿지가 있는 스타일은 어떻게 완성된 건가.
"인물들이 너무 현실적이다 보니, 외적으로 강렬해야 더 자극적일 것 같았어요. 각자 인물의 개성이 뚜렷해야 할 것 같아서, 정말 많은 스타일을 해봤거든요. 그 속에서 제일 튀면서도 안 튀는 스타일이 지금의 스타일이었어요. 원래 금발도 해봤고, 진짜 여기저기 브릿지도 넣어보고, 제 머리로도 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완전히 금발 머리면 일차원적인 느낌이 강했을 것 같아요. 흔히 우리나라 영화에서 보이는 '노란 머리'가 주는 이미지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헤어스타일은 사실 뒷머리에만 브릿지가 있어서 제 눈에는 안 보이거든요. 그게 찡뻤킹 캐릭터와 중첩되는 의미도 더해진 것 같았어요. 찡뻤킹은 욕망은 강하지만, 그 욕망에 미치는 인물은 아니거든요. 그게 헤어스타일로도 표현된 거로 생각했어요."
Q. '팀알렙' 세 사람의 인물의 흐름이 부드럽게 흘러간다. 어떻게 만들어간 건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한 안국진 감독님의 너무 팬이었어요. 작품을 함께 해보고 싶었고요. 팀알렙이 머무는 집의 독특한 구조 속에 들어가서 리허설하며 계속 바뀐 것 같아요. 저희가 한두 달 정도는 세트에서 계속 붙어있었어요. 팀알렙이 등장하는 공간이 거의 집이잖아요. 그 세트장에서 촬영할 땐 계속 붙어있었어요. 그러면서 원래 제 대사였지만 '이 대사는 (홍)경이가 하는 게 어때?' 등의 유기적인 의견을 주고받았죠. 현장에서 많은 수정을 거친 대사들이에요. 팹택(홍경)과 싸우는 장면도 그랬어요. 학창 시절 친구랑 싸우고 들어와서 정작 큰 화는 엄마에게 낸 것처럼, 대기업 임원을 만나고 복잡한 마음을 팹택에게 드러낸 거죠. 촬영할 때 감독님께서는 '진짜 애들 싸움이면 좋겠다'라고 하셨어요. 더 극대화해서 오열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마음을 덜어내기도 하고, 촬영하면서 감독님께 계속 여쭤보면서 완성한 장면이었어요."
영화 '댓글부대'에서 찡뻤킹 역을 맡은 배우 김성철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작품 속 장면을 이야기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팹택과 싸우고 집 밖으로 나온 찡뻤킹의 공허한 표정이 인상깊었다. 당시 촬영 현장에서 어떤 지점을 마음에 두고 임했나.
"그날이 '댓글부대'의 제 마지막 촬영이었어요. 감독님께서 그 장면을 어떻게 할 거라고 정확하게 말씀해 주지 않으셨어요.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등의 디렉션을 주셨는데, 결과물을 보고 '이런 걸 표현하고 싶었구나'라고 알게 됐어요. 정말 많은 걸 해봤거든요. 무표정하게도 걸어가 보고, 울면서도 걸어가 보고. 최종적으로 봤을 땐 '공허함'이 맞는 표현 같아요. 찡뻤킹이 스스로 한 일에 대해 공허함을 느끼고, 또 그 공허함이 놀이동산과 대비되며 더 커 보이는 느낌이 담긴 장면이 완성된 것 같아요."
Q. 뮤지컬 작품 속에서는 한 작품을 무대 위에서 약 2시간 이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간다. 그렇기에 '댓글부대'에서 보여준 앙상블의 모습이 더 도드라져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배우든 강렬한 캐릭터를 선호할 거예요. 편하고, 또 재미있어요. 캐릭터의 감정의 폭이 크면 클수록,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끼는 배우라면, 그 재미도 크거든요. 그런데 저는 '앙상블'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애초에 소개할 때부터 '팀알렙'으로 소개하잖아요. 저는 '김성철보다 팀알렙으로 보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왔어요. 저의 이런 모습도 있다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영화 '댓글부대' 스틸컷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다른 면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배우로서의 성장도 느끼게 된 지점도 있을 것 같다.
"디테일한 연기라고 할까요? 저는 이 작품에서 눈으로 많이 보여주려고 했어요. 기자간담회 때 말씀드리긴 했는데 (김)동휘 눈이 너무 예뻐서 저 친구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눈에 담기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강렬하고 명확한 지점의 연기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의 작품에서도 보여드렸으니까요. 찡뻤킹같은 인물에도 도전해 보고 싶은 게 저의 욕심이었어요. '댓글부대'를 보고, 제가 잘 기억나지 않아도 상관없어요. 영화 자체가 재미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보통 시사회 때, 제가 물어보면 제 캐릭터를 이야기해 주거든요. 예를 들어 '올빼미' 때는 '소현세자 장면 좋더라'라고 이야기를 들었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팀알렙 장면 좋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말이 앙상블로 들려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Q. 과거 작품을 한 이후 MBTI가 바뀌었다고 말했는데, 최근에 그런 변화를 느낀 작품은 없나.
"최근에도 MBTI 검사를 해봤어요. 작년 12월 말쯤요. 그대로 INFP가 나오더라고요. 오히려 수치가 더 늘어났어요. (웃음)"
영화 '댓글부대'에서 찡뻤킹 역을 맡은 배우 김성철 /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Q.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2' 등 행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배우가 아닌, 김성철의 행복한 순간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지금, 이 순간이요. 힘들고 불행해도 지금이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오늘도 작품을 재미있게 보셨고, 궁금하신 분들께서 와주신 거잖아요. '열심히 살고 있구나'라는 감정을 많이 느껴요. 맛있는 것을 먹을 때도 이럴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한 마음을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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