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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대상 기고문] 현실이 된 초저출산 시대, 더욱 중요해진 기업의 역할

전선하 기자 ㅣ seonha0112@chosun.com
등록 2024.03.27 14:38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봉주 교수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밑바닥을 찍어서 더는 떨어질 데가 없어 보였던 출산율이 이제는 0.6명대로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OECD 국가 중 단연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인구 고령화 또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만큼 저출산 현상의 장기적 충격이 더욱 크다. 출산율 감소로 만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대폭 감소하고 인구고령화로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어난다. 그 결과로 생산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년부양비는 2020년 21.7명에서 2060년에는 91.4명으로 불과 40년간에 거의 5배로 늘어나게 된다. 우리 사회는 빠른 속도로 인구절벽으로 진입하고 있다.

인구절벽 상황에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만 해도 5%대였었는데, 2025년에는 1.57%로 추락하고 2045년에는 0.6%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년부양비의 증가로 투자 및 생산성 제고에 대한 동기도 약화하여 사회 전체의 역동성도 떨어진다. 현재 우리가 맞고 있는 초저출산 현상의 대재앙 경고는 이미 시작됐다.

0.6명대의 초저출산율은 인구구조나 경제적인 면에서의 문제로만 해석될 일은 아니다.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 종족 번식을 포기할 정도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회로의 진입을 알리는 경고등이 켜졌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히려 계속 하락 일변도의 양상을 보여왔다. 저출산 대책은 단순히 ‘출산율을 높이자’라는 식의 단편적인 차원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이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를 바꾸는 차원에서 모든 영역에서 초저출산 현상에 대응해야 한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문화와 사회적 인식, 노동시장 구조, 양성평등, 일·생활 균형, 다양성의 확대, 기업문화 등의 영역에서 출산과 아동 양육 친화적인 방향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자녀를 안심하고 출산하여 키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완비하는 것을 저출산 대책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런 노력에서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일·생활 균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연근무제와 같은 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근무 시간의 전반적인 단축과 근로자의 웰빙 증진을 위한 사내 복지시스템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은 OECD의 1/6에 그치고 있다. 육아휴직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과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자동육아휴직제’나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제’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적어지는 생산가능인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고학력 여성인력이 풍부한 경우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일·생활 균형 차원을 넘어 노동시장에서 실질적이고 완전한 양성평등을 통해 여성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아직도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 임원 승진에 대한 유리천장 현상도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실시하고 있는 ‘여성임원할당제’의 도입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출산과 아동 양육 친화적인 기업 환경 조성은 대표적인 ESG 활동이기도 하다. 당면한 초저출산 시대에 기업의 더욱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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