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 6층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고려아연 제공
75년만에 대주주인 영풍과의 표대결로 관심을 모은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면서 배당안은 압도적 지지속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준 것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과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에 대한 비전이 먹혀든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제50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19일 논현동 본사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일반 주주와 대리인, 의결권 위임기관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회사 측에서는 주주총회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주주총회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안건으로 상정한 배당결의안과 정관변경안에 대해 대주주인 영풍이 반대 의사와 함께 표대결을 선언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먼저, 핵심 쟁점 중에 하나였던 배당안은 고려아연이 최초 상정한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1호 의안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참석 주주의 61.4%가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원안에 찬성표를 던지며 회사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특히, ‘캐스팅보트’로서 큰 관심을 받았던 국민연금마저 원안에 찬성하면서,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과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에 큰 신뢰를 보냈다.
주주총회에 앞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를 비롯해 서스틴베스트와 ISS, 그리고 국내 기관인 한국ESG기준원과 한국ESG연구소 등 대표적인 국내외 의결권 자문 기관들이 모두 고려아연이 제시한 중간배당금 1만원과 기말결산배당금 5000원 배당안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바 있다.
고려아연의 배당안에 반대해 온 영풍은 ‘주주권익 침해’ 논리를 앞세워 기말결산배당금 1만원을 요구해왔지만, 주주환원율이 76%를 넘는 상황에서 영풍의 주장대로 배당금을 늘릴 경우 주주환원율이 96%을 넘어서고 이는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회사측 원안이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됐다.
정관 일부 변경의 내용을 담은 2호 의안의 세부 안건들은 모두 통과됐으나, 주식 발행 및 배정 표준정관 도입을 위한 2-2호 의안,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요건을 변경하는 안’은 참석주주 과반 찬성을 얻었지만 특별결의 요건인 참석주주의 3분의2 동의를 받지 못해 부결됐다.
고려아연 측은 “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고 영풍을 포함해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도입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는 안건이 과반을 넘는 주주들의 찬성에도 특별결의 요건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재계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총의 주주 참석율은 평균 90%에 못 미친다며, 정관 변경안에 반대해온 영풍과 장씨 일가의 반대만으로도 사실상 안건 통과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또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압도적인 지지로 의결됐다. 이로써 최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신성장동력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와 ESG경영 전략이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최회장은 글로벌 최고 수준을 달성한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 분야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잘 활용함과 동시에 사회적 흐름에도 부응하는 신성장동력을 고민했고, ▲신재생 에너지 및 그린수소 에너지 ▲리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2차전지 소재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친환경 신성장 동력을 발굴함으로써 비전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국내외 산업 전반에 걸친 저성장 기조와 전기료, 원료비 상승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계속되고 있지만, 지속적인 원가 절감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기존 제련사업과 신사업간 시너지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주총 표대결로 큰 관심을 끌었던 제50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정한 원안들이 대부분 통과되면서 기존 제련사업은 물론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과 경영방침, 주주환원 노력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편, 고려아연 주총에 이어 오는 20일에는 영풍의 주주총회도 열린다. 지난해 연결기준 17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낸 데다 최근 5년 중 4년간 적자가 이어진만큼 영풍 경영진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지난해 12월에 이어 최근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훼손된 점도 주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주주환원율이 10% 수준에 그치는 등 부실한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비판도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고려아연 주총과 관련해 주주 환원과 주주 권익 훼손 등을 놓고 영풍과 장씨 일가, 고려아연과 최 씨 일가가 치열한 논쟁을 벌여 온만큼 영풍 주주총회에서도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4조원에 육박하는 잉여금에도 불구하고 170억원대에 불과한 영풍의 배당금 규모를 놓고 주주들의 불만이 거센 가운데 고려아연 주총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기치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해온 영풍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