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간 배우 이지아는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애티튜드를 가진 신비주의자로 통했다. 그런 그가 드디어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작품을 만났다. '끝내주는 해결사'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지아의 새로운 모습에 이목이 쏠렸지만, 이지아 스스로에겐 전혀 새로운 도전이 아니었다. 가장 이지아 다운 모습을 극 중 '사라'에 담았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JTBC '끝내주는 해결사'를 마친 이지아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끝내주는 해결사'는 대한민국 최고 이혼 해결사 '사라킴'과 똘기 변호사 '동기준'의 겁대가리 없는 정의구현 응징 솔루션을 다룬 드라마다. 극 중 이지아는 눈치 보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돌직구로 정면 돌파하는 사이다 전문 '솔루션'의 팀장 '김사라' 역을 맡았다.
사라는 혹독한 시집살이와 억울한 상황 속에서도 한편에 밝은 성품을 잃지 않는 인물이다. 그 모습이 때로는 털털하게 보이기도 한다. '끝내주는 해결사'를 통해 로맨틱 코미디이면서 복수극, 모성애 연기까지 모두 소화해야 했던 그는 사라에 자신을 담아 표현했다.
"제가 원래 가지고 있는 성격이 있지 않나. 사실은 '펜트하우스' 수련이를 연기할 때가 더 어려웠다. 수련이의 우아한 말투도 제 평소 말투와 달랐다. 어떤 분들은 그게 저 같을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다. '사라'는 수련이보다 현실에 발을 붙이고 있는 캐릭터라 내가 평소에 어떻게 하는지 더 많이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터프하게 '인마' 하는 것도 그냥 제 말투다. 다만 목소리는 평소보다 크게 하려고 노력했다. (수련이 같은) 조곤조곤한 모습과 달라서 변신이라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사라가 제 모습에 더 가깝다."
극 초반부엔 억울한 일도 많았다. 법조 명문가의 며느리로서 집안을 위한 제물이 되어야 했던 삶, 게다가 친정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겪으며 널뛰는 감정선을 오롯이 소화했다. '끝내주는 해결사'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바로 입체적인 사라의 '선'을 맞춰가는 과정이었다.
"그냥 로코였으면 차라리 감정 선이 쉬웠을 것 같다. (사라에게는) 여자로서의 상처, 아들을 둔 모성애, 엄마를 잃게 되는 모든 것들이 있으면서도 코믹한 부분을 같이 가져가야 했다. 또 무거운 소재를 가진 의뢰인들의 상처를 다루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사이다 같은 걸 보여드리기 위해 무게감을 덜어냈어야 했다. 그런 것들의 높낮이를 맞추고 조율하는 문제가 가장 까다로웠다. 우리 작품이 마냥 코믹하거나 통쾌한 것이라고 기대한 분들도 계실 텐데, 태생 자체가 그쪽에 치우친 작품이 아니었기 때문에 수위 조절이 쉽지 않았다."
이지아는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처음으로 강기영과 호흡을 맞췄다. 그는 상대역을 찾고 있던 감독에게 직접 강기영을 추천했다. 인연은 없었지만 강기영이 전작에서 보여준 모습들이 사라의 파트너이자 로맨스 상대 '동기준'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기영 씨와는 친분이 없었다"라고 운을 뗀 이지아는 "제가 '김비서가 왜 그럴까'도 보고 기영 씨의 다양한 연기를 봤는데, 본인의 신을 풍부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배우였다. 감각 있는 친구라고 생각을 했다"라며 "'동기준'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역할인데 기영 씨가 조금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고 제가 기영 씨를 모시려고 엄청 수소문 한 건 아니고, 주변에 이야기를 했는데 잘 연결이 됐다. 될 일은 된다지 않나. 우리가 인연이 된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합을 맞춰보고 싶었던 강기영과 호흡하게 된 이지아는 만족도 또한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영 씨와의 연기는) 기대처럼 너무 좋았다.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것 아냐' 싶기도 했다. 점점 촬영하면서 서로의 본모습이 드러나니까 기대한 것처럼 호흡이 좋아졌다. 기영 배우가 잘 살려준 것 같다"라고 현장을 떠올렸다.
특히, 강기영은 '끝내주는 해결사'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소화한 데 이어 로맨스까지 선보였다. "기영이가 현장에서 많이 긴장했었다"라며 웃어 보인 이지아는 "(로맨스를 찍을 때) 얘가 민망해하니까 내가 더 열심히 해주면 덜 민망하지 않을까 싶어서 제가 더 사랑하는 눈빛으로 연기했다"라고 누나이자 선배로서 배려했던 일화를 전했다.
2007년 '태왕사신기'로 첫 연기를 선보인 후 어느덧 데뷔 18년 차 중견 배우가 된 이지아다. 어느덧 현장에서도 연장자, 누나, 언니, 선배 역할을 맡게 됐다. "아직도 어른이 뭔지 잘 모르겠다"라며 겸손해한 그는 선후배를 따지기보다 모두를 동료로서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저는 아직 어른이 뭔지 잘 모르겠다. 제가 그런 걸 잘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언니로서, 선배로서 나서서 '이렇게 하자' 하기보다는 그냥 현장에 최선을 다하고 같이 소통하는 게 좋다. 다른 배우들이 나를 어려워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위화감을 최대한 없애려고 한다."
'끝내주는 해결사'를 통해 코미디를 맛본 이지아는 "앞으로도 코믹한 것, 밝은 것 좀 더 하면 좋겠다"라고 웃어 보였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밝은 쪽으로 가려는 마음이었다고 속내를 드러낸 이지아는 "제가 웃기는 것에 진심이다. 코미디에 욕심이 있다. 제가 몸 쓰는 게 좀 된다. 망가짐도 망설임이 없다"라며 "사실 이 작품 하면서도 더 (코믹적으로) 가고 싶었던 부분이 있는데 감독님이 자제시켜 주셨다. 아직 (코미디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다"라고 코믹 연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으로도 그냥 좋은 작품 만나서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시간이 가는 걸 실감 못 할 정도로 같은 마음에 같은 상태로 있는 느낌"이라며 아직도 신인 같은 마음가짐을 드러낸 이지아. 그가 차기작에선 어떤 새로움을 선사할지, 이지아의 또 다른 변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