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인텔에 100억달러 보조금…日 TSMC 공장 유치에 4.2조 지원
반도체 산업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 제기
"정부가 전담 부서를 만들 만큼 상세하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다이렉트 커넥트'에서 키노트를 하고 있다./인텔 제공
미국 및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 패권 다툼이 국가 대항전으로 번지자 국내에서도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100억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예고했다. 2022년 반도체법(칩스법) 시행 이후 최대 금액이 될 전망이다. 인텔은 최근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 2030년까지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만 TSMC에 이어 2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인텔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이 정부를 중심으로 원팀 작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인텔의 첫 번째 파운드리 포럼에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메타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따라 방문하면서 연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인텔은 첫 대형 고객사로 MS와 손을 잡았다.
일본 정부 또한 반도체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일본은 TSMC의 반도체 생산 공장을 유치했다. 공장 건설 비용의 절반인 4조2000억원가량을 일본 정부가 낼 정도로 지원에 적극적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1위를 유지하고, SK하이닉스가 고대역메모리(HBM)로 부상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시장 지배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생태계 지원을 강화하면서 한국이 패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비관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뉴스1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인텔이 이미 우수한 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를 업계 최초 도입하는 등 2위를 넘볼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노광장비를 들여오는 데 미국 정부의 많은 노력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기업과 함께 준비하지 않으면 금세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내달 발표하는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종합 지원방안'에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구체적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반도체 벨트에 방문하면서 정치권에서도 반도체 지원 관련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미국 반도체법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양병내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방한 중인 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을 만나 양국의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미국 반도체법 추진 현황 공유와 협력을 제안했다.
이 밖에도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경기도 용인시의 반도체 장비 기업 테스를 방문해 반도체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현장 의견을 듣고,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의 후속 조치로 정부의 역량을 모아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이종환 교수는 "생각보다 각국의 정부와 기업의 투자 규모와 속도가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하는 것에 비해 빠르다고 느낀다"며 "반도체는 선제적 투자가 중요하기에 한국 정부가 전담 부서를 만들 정도로 긴밀하고 상세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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