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의장. / 쿠팡 제공
쿠팡이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침체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첫 연간흑자를 달성했다. 2010년 창사 이후 14년 만이다. 당기순이익도 연간 6000억원을 넘었다. 매출액은 30조원을 돌파해 국내 주요 유통사 매출을 추월했다.
쿠팡의 활성고객(분기에 한 번이라도 제품을 산 고객)과 유료 회원제인 '와우 멤버십' 회원 수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쿠팡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은 28일(한국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작년 4분기 매출이 8조6555억원(65억61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신장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715억원(1억3000만달러)으로 51% 늘었다.
이로써 쿠팡의 지난해 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한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 영업이익은 6174억원(4억73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영업흑자를 냈다.
분야별로는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의 지난해 매출은 30조7998억원(235억9400만달러)로 전년 보다 19% 증가했다.
쿠팡이츠·대만·쿠팡페이·쿠팡플레이·쿠팡페이 등 성장사업 분야 매출은 1조299억원(7억8900만달러)로 27% 늘었지만 연간 조정 에비타 손실은 6083억원(4억6600만달러)로 107% 증가했다.
이는 국내 주요 유통사들의 실적을 뛰어넘는 기록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조4722억원, 영업손실 469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신세계건실이 영업손실을 낸 탓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14조5559억원, 영업이익 508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31.6% 증가했다.
쿠팡의 성장세에 유통 공룡들의 시장 입지가 줄어든 것이란 평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유통사 대비 쿠팡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상황"이라며 "매출로만 놓고 봐도 쿠팡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파이 자체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쿠팡을 이용하는 고객 수는 꾸준히 늘고있다. 지난해 말 쿠팡의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고객)은 2100만명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16%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5%), 2분기(10%), 3분기(14%) 4분기(16%) 오르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 분기 성장했다.
고객 1인당 매출은 지난해 4분기 41만1600원(312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도 지난해 말 기준 1400만여명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7% 성장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지난해 우리는 와우 회원에게 30억달러(3조9162억원) 상당 절약 혜택을 제공했다"며 "쿠팡의 매출과 활성고객, 와우 회원 성장은 다양한 제품 셀렉션·가격·서비스와 관련해 '고객에게 와우'를 선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막대한 소매시장 지출이 이뤄지는 한국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대만은 훨씬 작다"며 "2024년에도 계속해서 고객을 만족시키고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그 어느 때보다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