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더블랙레이블 제공
"'밤에 피는 꽃'이 저한테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 첫 사극이었고, 첫 주연이었고, 첫 액션이었고, 첫 로맨스, 첫 코미디였다. 여러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저한테 가져다준 드라마고 이렇게 시청률까지 잘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평생 기억에 남을 작품인 것 같아요."
이종원에게 '밤에 피는 꽃'이 특별하듯, 이종원이 있었기에 '밤에 피는 꽃'이 특별해질 수 있었다. 아직 대중들에게 낯선 신인에 가깝지만, 첫 주연을 맡은 작품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다음이 더욱 궁금해지는 배우로 떠올랐다.
지난 17일 MBC 금토드라마 '밤에 피는 꽃'(극본 이샘·정명인, 연출 장태유·최정인·이창우)이 종영했다. '밤에 피는 꽃'은 밤이 되면 담을 넘는 십오 년 차 수절과부 '여화'와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갓벽남 종사관 '수호'의 담 넘고 선 넘는 아슬아슬 코믹 액션 사극으로, 이날 방송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8.4%, 수도권 기준 18.1%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이러한 흥행의 중심에는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하늬의 활약도 있었지만, '박수호' 역을 맡은 이종원이 함께 중심을 잡아주며 그와 특급 케미를 완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성과였다. 박수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검술 실력의 소유자이자 무과 장원 급제 출신인 금위영 종사관으로 조여화와 엮이며 점차 변화를 겪게 되는 인물이다.
이종원은 극 초반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한 모습부터 15년 차 수절 과부와 사랑에 빠지며 변해가는 모습까지 입체적인 캐릭터를 개연성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작품 종영을 앞두고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종원은 "생각했던 것보다도 감사한 시청률이 나와서 지금도 실감이 안 나는 상태인데, 종영 이후에도 실감이 안 날 것 같아요. 이런 시청률도 처음이지만,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것도 처음이라 매주 떨리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봤다. 12화가 이렇게 빨리 끝난다는 것도 처음 느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종원은 인터뷰 당시 마지막 화 시청률이 15%를 넘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는데, 이를 훨씬 웃도는 성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됐다. 메인 주연 롤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만족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둔 것 같은지 묻자 이종원은 "하늬 선배님과 함께 극을 이끄는 자체가 저한테 정말 큰일이었고,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이 된 이후에도 계속 부담감과 책임감, 그런 것이 어깨를 짓누르곤 했는데 선배님께서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친구처럼 대해주셨다. 제일 많이 기대고 또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고, 연기는 물론, 사람 이종원으로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부담은 없었는지 묻자 이종원은 "부담감은 물론이고 책임감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원동력이 되었고, 그만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라며 "제가 배우로서 박수호 캐릭터가 보였으면 하는 모습이 단단하고 날카롭고, 또 남의 말도 안 듣던 고지식하고 뾰족한 사람인데 여화를 만나게 되면서 점점 동글동글해지는 것을 원했다. 사회적인 이슈로 마냥 직진할 수는 없었지만, 아련하게 멀리서 지켜보기도 하고, 대놓고 표현할 수 없는 간질간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모습을 시청자들께서 잘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기억에 남는 신이 있는지 묻자 "보통 여화와 함께 했던 장면이 많이 생각난다. 질투에 눈이 멀어 막 혼자 쏘아붙이다가 '저 아닌데요'라는 말에 갑자기 풀어지기도 했는데, 단단하고 자기 컨트롤을 잘 하던 애가 질투에 눈이 멀어 화를 내기도 하고, 오해도 한다. 여화라는 사람 앞에서 단단한 내면이 깨지면서 이 사람 한 마디에 울고 웃는다. 또 '어찌 이 대명천지에'라며 말하는 신도 좋았다. 그때부터 여화가 수호의 마음을 알아가는 단계고, 시작점이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의 이종원의 연기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박수호' 그 자체로 화면 안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종원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모습을 꺼냈고, 세밀한 디테일로 박수호를 완성했다. 이종원은 준비 기간만 3~4개월 정도 있었다며 "액션 스쿨도 꾸준히 일주일에 4, 5번 다니고, 중간중간 승마도 배우고, 서예도 배웠다"라며 "수호랑 저랑 손쓰는 것도 다르다. 저는 왼손잡이인데, 사실 조선시대 때는 다들 오른손을 썼고, 수호 역시 오른손잡이다. 서예도, 검술도, 활을 쏘는 것도 오른손으로 해야 했기 때문에 어려웠는데 오른손을 쓰면서 수호에 더 이입이 됐고, 몸에 익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한 상투를 올리기 위해 장발 상태를 길게 유지하기도 했다. 이종원은 "머리가 원래도 조금 긴 상태였는데 이 정도면 제 머리를 올려서 상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감독님께서 '자를 거면 자르고, 아니면 아예 머리를 길게 해서 틀자'라고 했다. 그래서 쭉 머리를 길렀는데 사실 저는 팬들께서 이런 것까지 알아봐 주실 줄은 몰랐는데, 사극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런 것까지 예리하게 보는구나 생각도 들었고, 내 머리로 하길 잘했다 싶었다. 칭찬도 해주고 인정도 받게 되니까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종원은 장발 상태를 유지하며 어머니의 마음에 공감했다며 "집안에 머리카락이 많이 보이고 헤어 드라이기를 아무리 써도 머리가 잘 안 말랐다"라고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드라이기도 좋은 걸로 바꾸고 샴푸랑 헤어로션 등도 바꿔서 열심히 관리 중이다. 배우라는 직업을 하면서 긴 머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머리로 화보도 찍어보고 광고도 찍어보고 했는데 만족스럽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발성 역시 전작보다 좋아졌다는 평가를 얻었다. 그는 "확실히 신경을 썼다"라며 "박수호 캐릭터 자체가 말투가 단단하기도 하고 목소리는 낮은데 멀리까지 나가야 했다. 이 톤을 맞추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수호라는 캐릭터의 단단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목소리가 가장 크다고 생각했다. '금수저' 때보다 훨씬 더 목소리라는 카테고리에 집중하고 연구도 하고 연습도 했다. 그래서 더 박수호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던 것 같다"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옷 태에도 신경을 썼다며 이종원은 "수호의 모습이 딱 드러나는 것이 종사관 복장이다"라며 "수호가 정말 정직하고 단단한 친구인 만큼, 옷이 흐트러지지 않게 부단히 노력을 했다. 이렇게 흐트러짐이 하나도 없고 단단하던 친구가 여화를 만나 무너지고 웃긴 애가 되어갔는데, 정말 끈 하나까지 모두 신경을 썼기 때문에 반전이 되는 모습이 잘 보였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디테일이 더해져서 이종원표 박수호가 완성됐고, 박수호의 활약 속 '밤에 피는 꽃'은 호평과 함께 좋은 성과까지 거두었다. 이종원은 '밤에 피는 꽃'에 대해 "선배님들과 만나 이런 단독 주연도 해보고 책임감도 느끼면서 연기, 배우라는 직업에 열정이 더 생긴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느꼈고, 자신감도 생겼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처음 모델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이종원은 "배우를 하면서 지금까지 6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캐릭터를 해왔다"러며 "왈가닥 게이 캐릭터도 해봤고, 사연이 많은 아들도 되어봤고, 스파이도 됐다가, '금수저' 친구가 되기도 했다"라고 돌아봤다.
"그런 캐릭터를 맡으면서 좋았던 점은 다 외부에 있는 모습이 아니라 제 안에 있었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작아서 못 보던 제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수호 역시 단단하고 고집이 센, 제 안에 있던 모습 중 하나였다.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 찾아보면서 나에 대해 점점 알아가게 된 것 같다.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고, 내가 이렇게도 한다는 것을 배우를 통해 정말 많이 느끼고 그러면서 인간으로서도 성장을 하는 것 같다."
이에 '인간 이종원'으로서의 모습은 잠시 지우고 '배우 이종원'의 삶에 집중하고 싶다며 "이종원이라는 사람이 '밤에 피는 꽃'이 끝이 아닌 재미있는 친구고, 이런 캐릭터도 할 수 있네라는 말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욕심도 생겼고, 더 많은 캐릭터를 촬영하고 싶다. 이번에 처음 사극을 했으니까 다른 장르물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보통 제가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을 또 꺼내고 싶다. 굉장히 여러 방면에 욕심이 난다"라고 말해 앞으로 활동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종원은 현재 차기작을 고심 중이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