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은 4개 계열사 노조를 아우르는 초기업 노조가 출범해 그룹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계열사별로 차별적 교섭을 요구 중이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큰 형님인 현대차의 특별 성과급 협상에 따라 계열사 노조도 이를 요구하고 나설 분위기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초기업 노조는 전날 "그동안 그룹 또는 사업지원 TF라는 이름으로 각 계열사의 업황, 인력구조, 사업이익과 별개로 획일적으로 통제받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사관계에서 탈피하고자 한다"며 출범을 선언했다.

삼성 초기업 노조에는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4개의 노조가 참여한다. 삼성전기 존중노조도 규약 변경 후 5월께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초기업 노조 조합원 수는 총 1만5800여명이다. 삼성 계열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조의 1만7000여명과 비슷한 규모다.

일각에서는 초기업 노조 출범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적자의 영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임금인상률을 따라가는 특성상 삼성전자가 휘청거리며 기대에 못 미치는 임금인상률을 제시하자 계열사 노조의 반발이 더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다. 이에 DS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은 0%로 책정됐으며, 임원들은 올해 연봉을 동결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부진에 계열사 노조는 삼성전자의 임금인상률과는 무관하게 협상을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는 지난 15일 5차 임금 및 단체 협약에서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하기로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도 지난 16일 10차 임단협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인천지방노동위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열린노조와 상생노조는 모두 삼성 초기업 노조에 합류했다.

현대차그룹 또한 노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현대차·기아가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자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트랜시스 등 주요 계열사 노조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차 노사의 협상에 따라 자신들도 특별성과급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특별성과급 400만원과 현대차 주식 10주 등 약 600만원 상당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 현대모비스도 지난해 3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했으나 현대차 보다 적다는 이유로 노조가 서울 역삼동 본사 로비를 점거했다. 선례가 있기에 현대차는 특별성과급 지급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기업은 최첨단 기술산업을 전개하기에 노사 갈등으로 투자나 인력에서 경직성이 생기면 글로벌 경쟁에서 단시일 내에 뒤처져 생존의 위협을 느낄 수 있다"며 "과도한 노조 활동으로 기업과 국가 경제에 부담을 끼치지 않도록 각별한 노사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