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라면 코너를 살펴보는 시민 모습. / 뉴스1
한국 라면에 대한 해외 인기가 늘면서 국내 라면업계 빅3 농심·삼양식품·오뚜기가 작년 나란히 호실적을 거뒀다. 라면업체들은 해외 현지 영업·마케팅을 강화하고 수출처 다변화 등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1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보다 89.1%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4106억원으로 9%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715억원으로 전년 대비 47.8% 증가했다.
대표 제품 신라면의 인기가 실적을 견인했다. 신라면의 지난해 국내외 매출액은 1조2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판매량은 16억6000만개다. 전 세계에서 1초에 53개씩 판매가 된 셈이다.
특히 미국 법인의 신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하며 신라면 해외매출 증가분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2022년 5월 가동을 시작한 미국 제2공장을 통해 공급량을 확대하며 코스트코, 월마트 등 미국 대형 유통업체 중심으로 큰 매출 증가를 이뤘다.
국내서도 신라면의 인기는 상승세다. 신라면은 전년 대비 14% 오른 5000억원의 매출을 냈다.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라면 수요가 늘며 혜택을 봤다.
여기에 히트 상품 '먹태깡'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먹태깡은 작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500만개를 넘어서며 '어른용 안주스낵' 시장을 새롭게 열었다.
연이어 출시한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은 출시 5주 만에 420만봉 판매를 돌파했고, '먹태깡큰사발면'도 4주 만에 230만개 판매되며 농심이 최근 1년간 출시한 용기면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농심 측은 "국내 주력사업인 면·스낵 매출 및 해외 사업 성장 등에 따른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라면 등 국내외 영업과 마케팅을 강화해 성과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작년 영업이익이 2548억원으로 3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4545억원으로 8.5% 늘었다. 냉동간편식과 조미소스 등의 판매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재작년 오뚜기라면지주, 오뚜기물류서비스지주의 흡수합병에 따라 발생한 역기저 효과로 당기순이익은 1616억원으로 41.9% 감소했다.
오뚜기 측은 "올해도 국내 사업을 비롯해 해외 매출 증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68억원을 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31%, 영업이익은 62%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56% 늘어난 1249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해외법인과 밀양공장 시너지를 기반으로 해외매출이 대폭 확대됐다. 3분기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으며, 4분기 중국 최대 쇼핑축제에선 13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미국에서는 월마트, 코스트코에 입점을 완료하고 주류 채널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주력한 것이 내실 있는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올해는 해외 사업 성장세를 유지하며 불닭 등 전략 브랜드와 신사업 육성을 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선 K-콘텐츠 인기에 따라 세계 각국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당분간 라면 등 식품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를 접하는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면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 역시 증가했다"며 "해외시장 수요에 증가에 발맞춰 인기 제품 공급량을 확대하는 등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작년 한국 라면 수출액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9억5200만달러(약 1조2000억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