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결합 심사, 14개국 중 13개국 승인 완료…미국만 남아
조원태 회장 "인수에 100% 걸어"…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강수
여객 기준 15위, 화물 기준 10위 이내 전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한진그룹 제공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가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으며 합병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꿈이기도 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공 시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하게 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전날 EU 경쟁당국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얻어냈다. 이로써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13개국 승인을 완료하며 미국의 결정 만을 남겨두게 됐다.
EU 경쟁당국은 양사 통합 시 화물사업 부문과 여객 4개 노선에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분리매각과 신규 진입항공사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의 여객 4개 중복 노선에 대한 진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EU 경쟁당국의 승인으로 양사의 합병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EU 경쟁당국은 깐깐한 심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 경쟁당국과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했으며, 지난해 1월 정식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시정조치안을 제출한 뒤 마켓 테스트 등을 거쳐 승인이 이뤄졌다. 까다로웠던 절차만큼 이번 EU 경쟁당국의 승인이 미국의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심사는 올 6월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지나고 있다./뉴스1
조원태의 꿈,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 탄생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조 회장의 꿈이었다.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처음부터 주도하며 과감한 결단력과 리더십을 보여줬다.
조 회장은 지난해 6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합병을 위해 무엇이든 포기할 것"이라며 "우리는 인수에 100%를 걸었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초강수를 뒀다. EU 경쟁당국이 화물사업 부문에 대한 경쟁제한 완화 시정조치를 요구하며 심사를 미루자 업계에서는 기업결합이 불발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 매각을 선택하며 상황을 반전시켰다.
또한 EU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때까지 운영자금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아시아나항공의 계약금 및 중도금 총 7000억원을 승인하기도 했다. 계약금 300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몫으로 남겼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기업결합 시 세계 10위권 메가 캐리어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2019년 발표한 운송 실적에 따르면 유상여객킬로미터(RPK)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는 대한항공이 28위(830억km), 아시아나항공이 42위(469억km)다. 양사 합산 1299억km로 15위 남미 최대 항공사 라탐항공(1220억km)을 넘어서게 된다.
국제선 여객 RPK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8위, 아시아나항공이 32위로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에 달하는 수준이다.
화물운송 실적으로는 대한항공이 (74억1200만km), 아시아나항공이 25위(35억6700만km)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해도 10위 이내의 글로벌 톱 티어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매출은 대한항공이 16조원, 아시아나항공이 7조6000억원으로 합산 23조원을 넘는 규모다. 양사는 2022년 기준 세계 항공사 매출에서 각각 13위, 27위를 기록했다.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중복 노선 정리로 매출이 다소 줄어들겠지만 10위권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진에어로 통합된다. 3사 통합 기체수는 진에어 27대, 에어부산 24대, 에어서울 6대 등 총 57대다. 국내 LCC 1위인 제주항공의 기체수(42대)를 넘는 규모다. 통합 LCC 출범으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각각 화물사업과 유럽 노선 취항을 대폭 강화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일부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반발과 12조원이 넘는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점은 대한항공에게 부담 요소다. 또한 화물사업 부문의 매각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에 높은 매각가에 준하는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것도 변수로 남아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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