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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순 자체가 차별점…노련한 디테일로 완성한 '선산'[인터뷰]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4.02.13 17:31

사진: 넷플릭스 제공

박희순은 스스로 "깡패 다음으로 많이 한 캐릭터가 형사"라고 말했다. 그만큼 다양한 형사 캐릭터를 소화했고, 그 차별점을 두는 일에도 익숙한 듯 보였다.

넷플릭스 시리즈 '선산'에서 그가 맡은 '성준' 역은 직감도 능력도 뛰어난 형사다. 연이은 살인 사건이 선산과 관련되어 있음을 직감한 그는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를 진실로 인도하는 역할이다. 그만큼 '선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은 캐릭터였다. 박희순은 디테일 하나 소홀하지 않게 성준을 준비했다. 덕분에 시청자의 길라잡이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선산'의 주역 박희순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이날 박희순은 '선산'을 준비했던 과정을 전했다. 그는 "이 역할은 시청자의 입장에서 가야겠구나 싶었다. 시청자가 극을 보는 데 있어서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캐릭터라 생각했다"라며 "보시는 분들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그런 역할로 준비하려고 했다. 성준이라는 캐릭터의 짙은 서사가 있기 때문에 그걸 무시할 수는 없으니 서사는 가져가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수사해서 시청자를 잘 인도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성준'은 늘 스마트폰으로 현장 사진을 찍는 습관이 있다. 수사와 관련된 순간이라면 녹음을 잊지 않는다. 두뇌가 기억하기 어려운, 사소한 것들을 다시 되새김하려는 이유다. 그 과정을 통해서 사건의 주요한 힌트를 찾기도 한다. 박희순은 이런 성준의 꼼꼼한 성격이 드러나는 설정을 직접 제안했다. 차별점을 두기 위함이었다.

"형사로서 이 사건을 수사하는 데 있어서 어떤 차별점을 둘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 친구는 특히나 용의자 내지는 주변 인물들을 탐문하는 게 주된 일이었다. 시골 형사이지만 다른 형사들과의 차별점이 있어야 유능한 게 보일 것 같았다. 그래서 스마트폰이라는 설정을 했다. 사진 찍는 건 형사들이 거의 비슷하지만, 녹음을 하고 사진이나 사건 기록을 쓰는 부분에서 디테일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실제 제가 쓰는 핸드폰과 똑같은 기종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필기도 하고 메모도 할 수 있도록, 제 손에 맞게 핸드폰을 적극 사용했다."
박희순은 '선산'의 각본을 쓴 연상호 감독과의 첫 미팅에서도 성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극 중 인원 감축과 관련된 설정, 그리고 상민(박병은)과의 관계성이 드러나는 장면에 수정을 요청했다. 수차례 형사 역할을 해온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기도 했다.

"인원 감축이라는 내용은 원래도 있었는데, 성준이 감축 대상이 되는 거로 되어있었다. 가만히 읽어보니까 일을 가장 잘하는 유능한 형사인데 과거 일 때문에 감축 대상이 된다는 게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박상민 쪽이 감축 대상이고, 나는 그 죄책감 때문에 물심양면으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면 둘의 관계가 확실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또 수사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는 신이 있었는데, 이것도 원래 성준이 직접 하는 거였다. 그걸 성준이 상민에게 보고서를 주고, 상민이 사건 브리핑을 하는 쪽으로 바꾸면 어떻겠냐 제안했다. 대사나 신을 박상민 쪽에 줘야 성준이 바깥으로 나돌면서 묵묵히 돕는 역할이라는 게 극적으로 보일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첫 미팅이었다. 도장 찍기 전이었는데, 저는 형사를 많이 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차별점이 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 이런 생각이 맞아야 저도 (출연)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연 감독님이 '좋은 아이디어다'라고 하시면서 2주 만에 대본을 바꿔오셨는데 너무 좋게 바뀌었다. 내 역할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에 연상호 작가님의 '연니버스'에 찬사를 보내면서 함께하게 됐다."
어두운 작품에 성준의 서사 역시 무거웠지만 박희순에게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전작 '트롤리'에서 호흡을 맞춘 김현주와 곧바로 재회했고, 예전부터 알던 박병은과는 처음으로 작품에서 합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한 그다.

"제가 제작발표회 때 김현주 배우와 원 플러스 원으로 저를 캐스팅하신 것 같다고 한 건 농담이 아니라 실제 그렇게 생각했다. 현주 씨와는 작품을 연달아서 함께 하게 됐는데 이런 경우가 쉽지 않다. 작품을 하면서 정말 좋은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번 알았다. 그 배우가 연기를 잘 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생각한 것보다 더 유연하고 배려가 많고 좋은 걸 끌어내는 능력, 그리고 연기 스킬도 있는 배우다. 저는 이 배우의 재평가가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연상호 감독님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계신데, 다른 감독님과도 작품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이 좋은 배우를 널리 알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병은 씨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다. 그런데 작품을 같이 하는 건 처음이었다. 제가 이 친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너무 재밌고 좋은 친구인데 작품을 할 때는 프로 의식이 있고, 자기만의 해석이 있더라. 평상시 유머러스한 것 없이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되게 새로웠다."
박희순은 성준을 통해 기존에 보여준 것과 다른 형사를 소화했다. 겉으로 보기엔 같은 배역일지라도 배우가 어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지는 작품마다 다른 법. "비리 형사도, 활발한 형사도, 정의에 불타는 형사도 해봤지만 이렇게 생활에 젖어 있는 충실한 형사는 처음인 것 같다"라며 "성준은 어떻게 보면 멋진 역할이지만 어떻게 보면 짠하다. 그런 복합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매력적"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제는 형사 역할을 좀 쉬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도 내비쳤다. 올해 목표를 묻는 말에 박희순은 "목표라 하면 연기밖에 더 있나 싶다. 이제는 이미지를 깨고 싶은 마음도 있다. 형사와 깡패 아니면 다 좋다"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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