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기소 후 3년 5개월만 무죄 판결…사법리스크 해소
이 회장, 삼성미래 먹거리 발굴 및 인수합병 가속도 전망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부당합병·회계부정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임주희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건으로 재판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총수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미래 먹거리 투자 등 이 회장의 뉴삼성 구상에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는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9월 기소 후 3년 5개월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살(미전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무죄 선고로 뉴삼성 구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법 리스크로 인해 이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지나도록 뉴삼성은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법 리스크 해소로 이 회장의 장기적인 경영 전략 메시지에 신뢰가 쌓일 것"이라며 "그룹 전체의 다양한 산업을 결합한 경영 전략을 중장기적으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멈췄던 대형 인수합병에도 속도가 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이 직접 합병을 지시했던 하만은 지난해 매출 14조3900억원, 영업이익 1조1700억원을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전장,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삼성의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SK하이닉스에게 밀리고, 파운드리는 대만 TSMC에 치이면서 위기를 직면했다. 반도체 시황 악화로 지난해에는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이 회장이 투자와 연구개발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뉴 삼성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파격 인사와 대대적인 조직 개편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은 지난해 11월 '안정'을 중점으로 연말 인사를 단행했다. 이를 두고 총수 사법 리스크로 인해 '혁신'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또한 안팎에서 요구되는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경영 행보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 거의 매주 서초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했다. 관련 공판은 105차까지 열렸으며, 이 회장은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불가피한 일정을 제외하고는 총 95번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틈틈이 시간을 쪼개 중동,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을 방문했으나 장기간 출장에는 많은 제약을 받아 왔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무죄 선고로 올가미가 풀리면서 이 회장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경영 일선에 복귀해 사업을 진두지휘함으로써 미래 전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