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로 연속 적자
D램 가격 회복 등으로 2023년 4분기 적자 축소 기대
현대차·기아, 역대급 실적 예고…상장사 1·2위 유력
올해 완성차 시장 위축 전망…체질 개선 통해 위기 대응 주력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뉴스1
실적 시즌이 개막했다. 지난해 재계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속되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얼어붙은 경기에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며 삼성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전망이다. 이와 달리 국내 완성차 업계는 수출 증가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 판매믹스 개선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실적 발표의 큰 이슈는 반도체와 완성차다. 업황 악화로 지난해 적자 행진을 이어오던 반도체 업계가 적자 규모를 축소하는 데 성공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9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매출 258조1600억원, 영업이익 6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4.58%, 84.92% 크게 감소했다. 특히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누적 12조69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DS 부문 적자 규모는 전 분기보다 축소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9조97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D램 가격이 회복되고 있으며 고성능 메모리 중심으로 한 경쟁력 확대로 적자 폭을 줄일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내부./현대차 제공
지난해 반도체 업계가 난항을 겪은 것에 비해 완성차 업계는 실적이 지붕을 뚫고 고공행진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연간 매출은 162조6418억원, 영업이익은 15조4532억원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매출 14.1%, 영업이익 57.4% 급증했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24억원으로 이미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2022년(9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기아는 지난해 매출 100조7524억원, 영업이익 12조60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창사 이래 첫 영업이익 10조원 돌파 기록이며, 매출 100조원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현대차·기아가 역대급 실적을 거둠에 따라 14년 연속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 1위를 지키던 삼성전자를 제치고 1·2위를 차지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의 고공행진에는 반도체 한파로 인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진한 영향도 있지만 수출 확대와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판매믹스 개선이 주효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차·기아는 적극적인 시장 개척을 통한 신규 해외 거점 진출과 지역별 특색에 맞는 상품 라인업 강화, 고객 경험 확대 등 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유럽 시장에서는 아이오닉 5 등을 앞세워 전기차 판매량 성장을 이뤄냈다. 고급차의 격전지 미국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판매 증가가 두드러졌다.
판매 물량 중에서도 제네시스·R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 비중은 54.7%이며, 기아도 같은 기간 68.7%로 역대 최고치다.
다만 올해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위축될 전망이 우세하면서 현대차·기아는 판매목표를 보수적으로 잡고 체질 개선을 통해 위기 대응에 힘쓸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판매목표(432만1000대)보다 낮은 424만3000대로 잡았으며, 기아는 전년과 동일하게 320만대로 설정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허약한 체질은 쉽게 쓰러지고, 작은 위기에도 흔들리지만 건강한 체질은 큰 난관에도 중심을 잡고 이겨낼 수 있다"면서 체질 개선에 대한 중요성을 당부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변화가 크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잘 해야 할 것 같다"며 "임직원들이 지혜를 잘 모아서 준비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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