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 롯데 제공
롯데백화점이 권고사직에 준하는 강압적 방식의 희망퇴직을 단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사측은 매년 진행하는 명예퇴직 일환이라 설명했지만, 실제론 근속 20년 차 이상 고과 성적이 떨어지는 직원을 표적으로 유무형의 퇴사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 해당 직원들의 증언이다.
사측의 퇴사 리스트에 오른 이들은 현재 개별 면담을 진행 중이며 대상자는 최대 두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에선 수십 년간 평생직장이라 믿고 일한 곳에서 사측이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명분을 내세워 직원 탓으로 책임을 돌리는 등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와 익명의 제보자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 산하 롯데백화점은 최근 근속 20년 차 이상 직원 가운데 고과 성적이 저조한 직원을 불러 퇴직 대상자에 선정됐음을 통보하고 개개인 면담을 진행 중이다.
희망퇴직자에게는 기본급 36개월 치와 위로금, 자녀 학자금을 지급한다. 여기에 재취업 지원금과 실업급여도 수급 가능토록 지원한다. 지난 2021년 단행한 희망퇴직 때와 비교해 기본급은 12개월치 늘었지만 위로금과 학자금 등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구체적인 선정 과정에 대해 직원들에게 일일이 소명하지는 않았지만 주로 인사고과 등의 사유를 들어 대상자를 정했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대상자 대부분이 근속 20년 차 이상이거나 저성과자 인원들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롯데 관계자는 "백화점 점포별로 근속 20년 이상 고과 하위 직원을 대상으로 점장 면담이 진행 중"이라며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권고사직에 나선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희망퇴직이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점이다.
희망퇴직 절차에 서명한 한 직원은 "어떤 이유인지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점장실로 불려가 퇴사를 고민해보라는 말만 듣다 나왔다"며 "회사 방침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며 다녔지만 회사에 대한 배신감은 너무 크고 힘들다. 이제 그만 쉬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도 "이제껏 회사를 위해 열심히 근무했다. 언젠가 다가올 순서라 생각은 했지만 현재 상황은 경영진의 경영실패를 마치 직원들이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의구심을 감출 수가 없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경영진을 위해 더 이상 함께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아프지만 퇴사를 결심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내부에선 롯데백화점의 이 같은 행위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희망한' 사람들에 한하는 퇴직 절차가 아닌 몇몇 직원을 표적해 퇴사를 종용하는 것은 사실상 권고사직이라는 것.
롯데백화점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이라기 보다 권고사직이 맞다"며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지를 내린 것이 아닌 일부 직원만 콕 짚어 통보 중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희망퇴직의 직접적인 이유로 부진한 실적을 꼽는다. 롯데백화점은 고물가와 소비침체로 지난 3분기 저조한 실적을 냈다.
롯데백화점은 3분기 매출 7530억원과 영업이익 740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각각 2%, 31.8%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2680억원으로 16.7% 하락했다.
유통 업계에서는 롯데쇼핑 부진을 두고 지속 성장의 최대 동력인 온라인마켓에서 도태된 것을 가장 큰 사유로 들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이 주도권을 쥐고 성장을 견인해야 할 상황에서 도태된 롯데온이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향후 좋아질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것.
특히 외부인재 영입 등 롯데쇼핑 경영진 교체와 나름의 자구책을 냈지만 적자의 늪을 탈출하지 못했고 국내시장에서 쿠팡 등 신흥강자는 물론 경쟁업체들에게도 밀려 존재감이 미미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SSG 등은 백화점 상품을 온라인에서 활발히 판매하고, 온라인에서 고른 상품을 매장에서 픽업하는 등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진 상황에서 롯데의 플랫폼인 롯데온은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편 희망퇴직과 관련해 롯데백화점 측은 "현재 (대상자를 상대로)면담하고 있는 단계이며 명예퇴직 일환이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