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 효과 본격화…D램 가격 2년 5개월만 상승
내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익성 개선 전망
수요 증가 중인 HBM 등 첨단공정 메모리 개발 주력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삼성전자 제공
글로벌 경기 침체와 그에 따른 수요 둔화로 인해 지난해 말부터 역대급 불황에 시달린 반도체 업계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고 과잉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자 업계 1위인 삼성전자까지 차례로 감산에 나서며 공급을 조절한 효과가 본격 작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과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의 누적 적자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D램 범용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로 전월 대비 22.46% 하락했다. PC용 D램 범용제품의 경우 2021년 9월 4.1달러에서 올해 9월 1.3달러까지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자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감산을 감행했다. 마지막까지 버티던 삼성전자까지 올 4월 감산 대열에 합류하며 바닥을 치던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닛케이 신문 등은 지난 11월 D램 가격이 2년 5개월 만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메모리 생산자와 기기 생산자 사이에 합의한 11월 D램 대량 거래가격은 기준품 DDR4형 8GB(기가바이트) 세트제품이 개당 1.65달러 안팎으로 전달보다 11% 올랐다. 가격 상승은 2021년 6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 1b DDR5 서버용 64기가바이트 D램 모듈./SK하이닉스 제공
인공지능(AI)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메모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D램 시장이 HBM·RDIMM 등 고부가 스페셜티 D램 중심으로 신규 증설이 예상돼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범용 반도체'까지 중국을 규제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 규제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범용 반도체 재고 소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장 규제가 실현되지 않아도 불확실성을 우려해 중국 반도체 비중을 더욱 축소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5조1745억원이다. 전달 예상한 추정치보다 5.17%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4222억원으로 40% 증가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왼쪽),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각사 제공
삼성전자는 올해 불황에도 불구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시설과 R&D에 80조원을 상회하는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과 한국에 공동 연구소를 짓기로 했으며, 일본에는 36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R&D 거점을 설립한다.
또한 경계현 DS부문장 사장이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도 겸임하며 R&D 역량 강화와 차세대 제품 개발 등에 힘을 보탠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기술 경쟁력과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해 HBM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며 첨단공정 제품 판매를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연말 인사를 통해 박정호 부회장이 퇴진하고 곽노정 사장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했다. 곽노정 사장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기술경영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선도를 위해 'AI 인프라' 조직도 신설한다. 산하에 HBM 관련 역량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가 신설되고, 기존 'GSM' 조직도 함께 편제된다. 또한 AI 인프라 산하에 'AI&넥스트' 조직이 신설돼 차세대 HBM 등 새로운 시장을 발굴, 개척하는 패스파인딩 업무를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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