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1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보훈단지에서 열린 고(故) 윌리엄 E. 웨버 대령과 존 싱글러브 장군을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뉴스1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엑스포 유치 여정을 끝내고 연말인사와 내년 사업 계획 수립에 전념한다. SK그룹의 계열사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이번 연말인사를 통해 분위기 반전과 조직 쇄신을 이룰 전망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내달 초 주요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다. 삼성은 '안정', LG는 '세대교체'에 방점을 두고 인사를 진행한 가운데 SK의 연말 인사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달 진행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2016년 이후 7년 만에 '서든 데스'를 언급했다. 이는 현재 그룹의 경영 환경을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장단 인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내년 상반기 임기 만료를 앞둔 사내이사가 104명이기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왼쪽), 박정호 SK하이닉스·SK스퀘어 부회장./뉴스1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박정호 SK하이닉스·SK스퀘어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장동현 SK㈜ 부회장 등 최 회장을 보필하고 있는 4명의 부회장단의 유임 여부다.
조대식 의장은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4연임에 성공하며 5연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최 회장과 1960년생 동갑내기이며 고려대학교 동기로 평소 친밀한 사이로 알려졌다. 부회장단 중 최고 연장자이며 내부에서는 여전히 대체자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박정호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M&A(인수합병) 전문가로 최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다. 다만 그가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불황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으며, 2021년 인텔로부터 인수한 솔리다임이 현금 부담을 키우고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그의 유임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세대교체에 대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부회장단은 모두 60대에 접어들었다. 최 회장이 처음 서든 데스를 언급한 2016년 당시 연말 인사에서는 60대가 물러나고 50대가 전면 배치되는 과감한 세대교체가 단행됐다. 세대교체가 이뤄질 시 승진 후보로는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박성하 SK스퀘어 사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부회장단이 전부 교체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하반기 실적이 일부 개선됐기에 '안정 속 쇄신' 기조 하에 부회장단 전체 유임과 일부 수장의 세대교체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