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2030부산엑스포 심포지엄 만찬'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대한상의 제공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확정됐다. 부산엑스포 개최를 위해 재계에서 물심양면 힘을 보탠 만큼 탈락의 고배는 썼지만 글로벌 유치 활동은 의미가 있었다는 평가다. 민간 외교관을 자처한 주요 그룹 총수들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세계 각국을 돌며 탄탄한 네트워크를 다졌으며, 경제협력 확대, 투자 유치 등 성과를 거뒀다.
29일 재계 등에 따르면 국내 12대 주요 그룹은 지난해 6월 민간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18개월간 175개국 3000여명의 고위급 인사를 만나 엑스포 유치 활동을 벌였다. 특히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이 전체 교섭 활동의 89.6%를 차지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남태평양 쿡 제도에서 열린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정상회의 현장에서 (왼쪽부터)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시티베니 람부카 피지 총리,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미팅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피지 정부 페이스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의 '발로 뛴 외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했다는 평가다. 이들은 대통령 주요 순방에 동참했을 뿐 아니라, 유치 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홍보에도 만전을 기했다.
이재용 회장은 올해 들어 거의 매달 해외 출장을 떠났다. 올해 초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동행을 시작으로 이달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까지 유치 지원에 힘을 보탰다. 특히 미국에서 22일간의 장기 출장을 소화하며 글로벌 기업 CEO 20여명을 만나 삼성의 미래 전략을 구상했다. 또한 중동, 태평양 도서국, 폴란드 등 세계 각국을 누비며 신사업 기회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10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가브리엘 파빌리온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심포지엄 만찬에 앞서 진행된 리셉션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행사에 참석한 해외 대표단과 환담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최태원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유치 활동에 적극 임했다. 다리가 부러진 와중에도 '목발 투혼'을 다했으며, 바쁜 일정 속에 항공기 '이코노미 클래스'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부산엑스포 지지를 호소함과 동시에 각국 주요 기업과 연쇄 회동을 갖는 등 경제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특히 SK가 그린 포트폴리오 전환을 내세운 만큼 글로벌 에너지 기업 등과 그린 밸류체인 협력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1년 대기업 중 첫 번째로 사내에 엑스포 유치지원 전담 조직을 꾸렸다. 이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개별 교섭활동과 글로벌 디지털 캠페인, 친환경 모빌리티 등을 통해 부산과 현대차그룹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국가들에서 사업 기반 강화와 신사업 기회 확보 등의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3일 BIE 대표단 초청 만찬에서 건배사를 통해 "부산엑스포 유치 결과와 관계없이 각국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말하며 진정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를 예방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유치를 위한 지지를 요청했다./LG그룹 제공
LG그룹은 이번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향상시켰다는 평가다. LG는 세계 주요 도시의 글로벌 랜드마크에서 옥외광고, 버스 등을 통해 부산의 매력을 알림과 동시에 LG의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도 함께 전달했다. 구광모 회장은 해외 출장 시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LG가 전담한 케냐가 한국을 공개 지지하는 성과도 얻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엑스포 유치 노력 과정에서 이뤄진 전 세계 다양한 국가들과의 교류는 향후 한국 경제의 신시장 개척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