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전남 여수공장 전경./GS칼텍스 제공
정유업계가 올해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횡재세 논의가 다시 불거졌다. 이에 업황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정유업계 특성상 단기 호황만 보고 추가적인 과세는 섣부른 판단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은 2~3%가량이다. 지난 2007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로 확대하면 1.8%에 그친다.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6% 대인 것을 감안하면 적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외부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 업 특성상 횡재세 논의 차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올해 3분기를 정점으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모두 하락세다. 이 때문에 4분기 실적도 흐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횡재세 도입 논의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횡재세는 정상 범위를 넘어선 초과 수익에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세금이다. 지난해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횡재세 부과에 대한 주장이 나왔다. 이후 상반기 정유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내자 논의는 수그러졌지만 이번 호실적으로 다시 고개를 들었다.
횡재세에 찬성하는 측은 고유가로 국민이 몸살을 앓는 가운데 정유사도 고통을 함께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횡재세를 도입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제시한다. 하지만 유가가 오르면 비싼 값에 판매할 수 있는 해외 석유사와 원유 수입 후 정제해 판매하는 국내 정유사의 입장은 다르다. 국내 정유사는 유가가 오르면 비싼 가격 그대로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기에 남기는 이익 규모가 차이 날 수밖에 없다.
이중과세 문제도 지적된다. 정유사는 이미 법인세를 납부 중이다. 이익을 많이 거두면 그만큼 세금을 내고 있기에 추가로 횡재세를 거두면 과세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 정유업계가 휘둘린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고유가로 국민이 시름할 때 정유사는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표심 확보를 위해 정유사를 이용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가 그만큼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라며 "업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시적 이슈를 위해 논의가 제기된 것 같다. 4분기 실적이 부진하면 다시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