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 / 메가마트 제공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던 농심그룹 계열사 메가마트가 돌연 최종 면접을 앞두고 모든 절차를 중단해 논란이다. 실적 악화로 내년 구조조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채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이유다.
메가마트는 지난해 신동익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며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이번 채용 취소를 두고 일각에선 '범롯데가 푸르밀'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다. 푸르밀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양호한 실적을 냈으나 오너 2세 체제 전환 4년여 만에 경영 위기를 겪으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동익 부회장이 운영중인 메가마트는 '2023년 하반기 메가마트 대졸 공채' 모집이 내·외부 경영 이슈로 인해 취소됐다고 알렸다.
메가마트 공채 채용 중단 메일. / 독자 제공
메가마트 측은 지원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취업난 속에서 힘들게 지금의 순간을 견디고 있을 지원자분에게 이런 메일을 드리게 돼 송구스럽다"며 "넘치는 끼와 재능 큰 역량을 가지셨기 때문에 느끼시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실 것이고, 이를 너무나 잘 아는 폐사 또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면접을 앞두고 있었던 지원자들이 다음 채용에도 지원한다면 현재까지 진행된 전형부터 이어서 진행할 것을 약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이어지면서 채용 중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농심 메가마트 측이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갑자기 취소 통보를 받은 지원자는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메가마트 공채 전형에 응시한 A씨는 "간절하게 구직하는 취준생들에게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메가마트를 운영중인 신 부회장은 신춘호 농심 창업주의 3남으로 1992년부터 1999년까지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이후 사내이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6월 복귀했다.
경영에 복귀한 신 부회장은 경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메가마트 매출액은 4503억원으로 10% 줄었다. 1999년(3328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신 부회장 체제에서 20여년 만에 최악의 매출을 낸 것이다. 2017년부터 6년 연속 적자 상태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농심 메가마트 측은 "실적 등 경영 이슈가 내외부적, 복합적으로 발생된 상황이란 것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선 지난 2018년부터 오너 경영 체제에 돌입한 이후 거듭된 실적 부진으로 사업 종료에 나섰다가 이후 노조 및 낙농가와 협의 끝에 전 직원 중 30% 인원에 대한 희망 퇴직을 실시한 푸르밀의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푸르밀은 2018년 이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는 흑자를 기록하다 오너 일가인 신동환 대표이사가 취임한 2018년부터 매출액이 감소하고, 영업손실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 1591억원, 영업손실 206억원을 냈다. 최근에는 영업 손실을 이유로 전북 임실군 신평면 푸르밀 전주공장 운영 중단을 예고키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양호한 실적을 내던 기업들이, 오너 경영 체제 돌입 직후 부진을 거듭하는 것은 결국 검증되지 않은 세습 경영 탓"이라며 "능력이 검증되도록 밑바닥부터 제대로 배워서 경영에 참여해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나눠먹기식으로 오너일가가 경영을 하는 것이 실패하는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