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어릴 때부터 액션 누아르를 보면 막연히 '멋있다.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늘 꿈꿔온 장르다. ('최악의 악'을 통해) 젊은 나이에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도전했다."
웃으면 순수하고 해사함이 느껴지는 얼굴인데, 피지컬을 보면 상남자 그 자체다. 위하준은 매 작품 선역과 악역을 넘나들며 날로 짙어지는 자신의 매력을 발산 중이다.
'최악의 악'을 통해 'MZ 누아르'를 소화한 위하준은 극 중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에 있는 강남연합의 보스 '기철'을 연기했다. 기철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범죄자이기도 하지만, 가족보다 더 가족 같은 동료를 향한 우정, 한 여자를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을 가진 인물이다. 때문에 '최악의 악'을 본 이들이라면 '기철'을 마냥 악인으로 표현하긴 힘들 터다. 이런 입체적 인물을 표현해낸 위하준과 작품 종영 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릴 때부터 액션 누아르물을 즐겨봤다는 위하준은 '최악의 악'의 장르적 매력에 끌렸다. 그는 "장르적인 부분에 끌리기는 했지만, 막연히 악역이라는 것보다 '보스'라는 점에서 해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언더버커 장르라서 '이야기가 뻔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우리 작품은 조폭과 경찰의 이야기도 있지만, 인물 간의 갈등이나 본성, 사각 관계,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인물들이 변화해가는 과정이 새롭게 느껴졌다. 재미를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하준은 '기철'을 소화하기 위해 외형뿐만 아니라 연기적 톤을 잡는 일에 몰두했다. 그는 "다들 강하고 센 캐릭터다보니까, 저는 조금 더 냉정하게 보이려고 했다. 기철이는 혼자 플랜을 짜고 직접 움직이는 인물이라 외형적으로 거칠기보다는 침착하고 냉정하게 가려고 중점을 뒀다"며 "또 의정이와 있을 때는 순수한 면이 많기 때문에 그런 변화를 주는 포인트가 있어야 기철이 더 입체적으로 보일 거라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부러 피부를 어둡고 거칠게 표현하며 누아르에 맞는 비주얼을 보여주려 했다. 실제 "피부도 주근깨처럼 거칠게 보이도록 분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화면에서는 실제로 보는 것보다 피부톤이 유하게 나오더라. 실제로는 더 까맣고 거친 표현이었는데, 잘 보여지지 않은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작에서 액션을 소화한 적이 있지만, 위하준에게 '최악의 악'은 새로운 액션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지창욱의 연기를 가까이에서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고 말한 그는 "액션을 특별히 준비하지는 않았다. 무협 영화처럼 검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해서 체력적으로만 관리를 좀 했다. 감정적으로 액션을 보여드려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최대한 그렇게 했다"며 "제가 기존에 했던 액션은 순간적으로 빠르게 하는 거였는데 이번에는 감독님이 속도를 줄여달라고 하셨다. 창욱이 형 하시는 것 보니 연기적인 걸 더 보여주시더라. 저도 그런 점을 참고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위하준은 지창욱과의 첫 호흡을 묻는 말에 미소부터 지었다. 이어 그는 "창욱이 형을 원래부터 정말 좋아했다"며 "액션도 되고 멜로도 되고, 모든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사람 자체가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좋더라. 열정이 많으셔서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형이 연기적인 부분을 떠나서 톱 배우가 현장에서 이렇게 개구지고 늘 웃고 누군가를 챙기고 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제가 걱정하고 있을 때 형이 '별거 없어 그냥 해' 하시는데 개인적으로 저에게 크게 다가왔고, 진짜 고마웠다"고 말했다.
조직의 보스 역할을 위해 체중도 관리했다. 위압감을 위해 극 초반에는 일부러 몸을 불렸다는 그는 점점 감정 신이 늘고 피폐해지는 기철을 위해 후반부로 갈수록 5~6kg를 감량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69kg인데, 초반엔 74~5kg까지 증량했고, 후반부에는 66kg까지 빠졌다. 지금 보니까 (체중 조절을) 괜히 한 것 같기도 하다. 촬영을 하다 보면 초반과 뒷부분이 좀 섞이기도 하는데, 어떤 신에서는 얄쌍하고 어떤 신에서는 불어 있어서 제 모습이 튀더라."
거친 조직 보스의 인생에 로맨스도 깃들었다. 기철은 첫사랑 의정(임세미)을 다시 만나고, 그때의 마음이 되살아난다. 일을 할 땐 냉혈한이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18세 순수한 소년이 된다. 위하준은 이런 순애보적 역할이 남일 같지 않다며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을 꺼냈다.
"어릴 때 순수했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이 (기철과) 닮았다. 저도 순수하게 좋아한 친구가 있었다. 마치 '소나기'처럼, 제가 시골에 있었고 그 친구가 놀러 온 아이였는데 그때 첫눈에 반해서 편지를 쓰며 그렇게 3년을 좋아했다. 그러다 고등학생 때부터 2년 동안 장거리 연애를 했다. 그 친구가 헤어지자고 하면 서울로 올라가서 빌기도 했다. 그 친구가 사준 목걸이를 (헤어진 후에도) 7~8년을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편하게 만난 적이 있다. 그 친구는 이제 결혼한다더라."
이런 추억을 발판 삼아 의정 역의 임세미와 호흡을 맞췄다. 이번 작품에서 첫 키스 신을 찍은 위하준은 임세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짜 걱정을 많이 했다. 의정에게 듣고 싶은 말을 듣고 감격하는 신이었기 때문에 누나의 감정을 잘 받아서 다행히 잘 찍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세미 누나가 정말 착하시더라. 연기 호흡도 정말 좋았다. 대화를 많이 하면서 두 인물을 만들었다. 둘이 붙어있을 때 저는 오히려 연기가 쉬웠던 것 같다. 기철이는 그냥 의정 누나를 만나서 좋은 거다. 하지만 의정이는 경찰로서, 준모의 아내로서 얼마나 힘들었겠나. 저는 그냥 제가 느끼는 감정대로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최악의 악'이 오랜만에 등장한 누아르 수작으로 꼽히고 있는 바, 마지막으로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물었다. 위하준은 "장난으로는 다들 '안 할래요'라고 하고 있다. 시즌1 찍을 때 너무 힘들어서다"라며 "아직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는데, 시즌제를 하게 된다면 정말 해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