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로부터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전달받고 서로 악수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수여하는 대영제국훈장을 수훈했다. 찰스 3세 국왕 즉위 이후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며, 정주영 선대회장과 동일한 훈장이다.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산업에서 영향력 있는 상을 연이어 수상한 것뿐 아니라 이번 수훈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보폭을 넓히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전날 서울 중구 영국 대사관에서 열린 대영제국훈장 수훈식에서 정의선 회장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수훈했다고 15일 밝혔다. 찰스 3세 국왕을 대신해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 대사가 훈장을 전달했다.
대영제국훈장은 영국 사회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거나 정치, 경제, 문화예술, 기술과학,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룬 인물에게 수여된다.
정의선 회장은 친환경 저탄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와 함께 영국 대표 미술관 테이트 미술관(Tate) 장기 후원을 통한 문화예술 증진 등 양국 간 경제·문화 협력 강화에 기여해 수훈자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훈장 수훈식에서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는 "정의선 회장은 동일한 훈장을 받은 선대회장에 이어 통찰력 있는 경영철학과 인간중심의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영국과 현대차그룹의 파트너십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미래 신사업, 문화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관계 강화에 더욱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 현대차그룹은 언제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하게 하고, 한계를 뛰어넘어 기대 이상의 결과를 이루기 위해 도전해 왔다"며 "현대차그룹의 성취는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 수훈 소감을 밝히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1982년 첫 자동차 수출을 통해 영국에 진출했다. 올해 10월까지 영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17만3000대를 판매해 점유율 9.2%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영국 유력 자동차 전문매체들이 현대차·기아를 '올해의 자동차 회사'로 선정하는 등 영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모빌리티에서 우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친환경 모빌리티의 상징인 전기차는 같은 기간 2만800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대표 차종인 현대차 아이오닉 5가 '2022 영국 올해의 차'를 수상했으며, 기아 EV6는 영국 유명 자동차매체 '왓 카'에서 '2022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울러 영국의 세계적 미술관인 테이트 미술관을 장기 후원하고 있으며, 영국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의 타이틀 스폰서로 스포츠 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 기업들과 손잡고 AAM(미래항공모빌리티)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1977년 주한 영국 대사관에서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수훈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특히 이번 수훈은 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선대회장에 이어 동일한 훈장을 받았다는 것에서 의미를 더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양국 간 무역증진 등에 기여한 공로로 1977년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을 받은 바 있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0년대 초 영국 엔지니어링 및 조선사와 기술 제휴를 맺고, 영국 버클레이즈 은행에서 차관을 빌려 울산에 조선소를 건설한 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한·영경제협력위원회 한국 측 위원장도 맡아 양국 교류에 이바지했다.
정의선 회장은 선대회장의 뒤를 이은 글로벌 리더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2022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발표에서 '올해의 비저너리'에 선정됐으며, 올해 초에도 미국 자동차전문지 '모터트렌드'의 '2023 올해의 인물'에 등재되며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