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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악의 악' 임세미 "혼돈의 카오스였지만…돈 주고 못 살 소중한 경험"

이우정 기자 ㅣ lwjjane864@chosun.com
등록 2023.11.13 17:34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가 캐릭터를 입는 방법은 제 각각이다. 임세미는 캐릭터와 마음으로 통하려는 쪽인 듯했다. 머리로 이해해서 나오는 계산적 연기가 아닌, 캐릭터에 공감하며 자신을 녹여낸 연기를 보여준다. 임세미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생각하는 것에 쏟았고, 결국 인물 그 자체가 되어갔다.

임세미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에서 '의정' 역을 맡았다. '최악의 악'은 1990년대, 한-중-일 마약 거래의 중심 강남연합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경찰 '준모'(지창욱)가 조직에 잠입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액션 드라마. 의정은 기철(위하준)의 첫사랑이자 현 준모의 아내인 엘리트 경찰이다. 그는 남편 준모가 위험한 언더커버 작전에 투입된 사실을 알고 직접 작전에 합류, 남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최악의 악' 종영 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임세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임세미가 연기한 의정은 꽤나 지고지순한 캐릭터이지만, 자신을 향한 사랑을 숨기지 않는 기철의 마음을 이용하기도 한다. 두 남자 사이에서 삼각 로맨스를 이루는 역할을 맡은 임세미는 인물들 사이를 채우는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것에 집중하며 의정을 표현했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저는 하는 게 없네요"라고 했었다던 임세미는 막상 촬영을 하다 보니 "내가 진짜 혼돈의 카오스구나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의정이는 미묘한 상황에 많이 놓이는 역할이었다. '이 혼돈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저도 많이 혼란스러웠다. 점점 사건들이 쌓여가면서 복잡해지는 감정이 어려웠다. 제가 생각할 때는 '이거 정말 준모만을 위해 움직이는 거 맞아?'라는 생각과 '나의 직업과, 열정, 야망을 위한 일일 수 있겠다', 혹은 '과거 풀지 못한 기철과의 감정도 남아있을 수 있겠다'하는 마음을 찰나마다 고민하면서 표현했다"고 회상했다.
'최악의 악'은 언더커버물이 주는 쫄깃한 긴장감뿐만 아니라 준모, 의정, 기철, 해련(김형서) 네 남녀의 치정 역시 관전 포인트였다. 그중에서도 두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인물은 의정. 임세미는 의정의 어떤 매력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려고 했는지 물었다. 이에 대해 임세미는 "팜므파탈이라고 해야 할지, 어떤 단어로 상상해 보지는 않았지만, 의정이로서 어떤 방식을 택하고 싶은 걸까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실제 임세미라면 준모와 기철, 두 캐릭터 중 누굴 택할 것 같냐는 질문에 "저는 둘 다 두고 도망갈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의정으로 살았던 시간 동안 느낀 복잡한 감정이 임세미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는 듯했다. 임세미는 "두 남자의 매력이 정말 다르다. 기철은 겉으로는 마약 대장이지만, 마음속으로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지고지순한 사람이지 않나. 그게 기철의 매력이고, 준모는 어떻게 보면 순수하고 맑은 청년 같지만 사건을 대하는 걸 보면 욕망도 있다. 그런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며 "한 명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다"고 답했다.
극 중 의정을 향한 기철의 마음과 행동은 순수 그 자체다.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 장면은 단연 차량 키스신이다. 특히 위하준은 이 신을 통해 작품 속 첫 키스신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세미는 "정말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며 당시 현장을 떠올렸다. 그는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길게 집중해서 잘 찍어주신 것 같다. 긴 시간 키스하지는 않았는데, 일단 하준 씨가 고민과 걱정을 많이 해서 잠을 못 이루고 오셨더라"라며 "감독님이 '하준 씨가 많이 걱정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라고 하시길래 '제가 뭘 도와야 하나요. 들이대는 것도 아닌데'라며 농담도 하면서 재밌게 찍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의정에게는 '드디어'라는 마음보다, 이렇게까지 되는 우리의 상황이 서글프기도 했을 것 같았다. 거짓말과 진실이 섞인 마음을 마주한 두 인물이기에 호흡, 손 터치까지 디테일하게 상의하고 (신을) 만들었다"며 "편집본을 보는데 정말 숨이 막히면서도 되게 슬펐다. 감독님께서도 심장이 쪼그라드는 애절한 키스신 같다고 말씀해 주셔서 그런 방향으로 찍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로맨스부터 코믹, SF까지 장르적 도전을 이어온 임세미다. 액션 누아르물 '최악의 악'에 캐스팅된 후, 임세미는 액션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그가 연기한 의정은 액션보단 섬세한 감정 연기가 주된 캐릭터였다.

"저도 제가 노란 츄리닝 입고 책상 위에 올라가 있을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떤 임세미는 "제가 직접 하진 못 했지만, 다른 분들의 액션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라 영광이었다.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공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 이런 장르에 제가 서있어보고 싶다는 배우로서의 욕망이 있었다. 제 필모에는 특별한 만남이었던 것 같다"며 "무엇보다 의정이는 제가 20대 때 만났다면 소화하기 어려웠을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연륜이 필요한 역할이고, 시대적으로도 복잡 미묘한 점들을 표현하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로 의미를 파헤쳐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런 점에서 의정이로서도 표현할 게 많겠다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임세미는 '최악의 악'을 "잊을 수 없는 현장"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작품을 하면서 다들 자연스럽게 스며들다 보니 '우리 되게 오래 찍은 사람들 같다'는 말을 많이 했다. 다른 작품을 찍어가면서 이 인연이 끝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현장을 못 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라며 "아직 우리 작품을 보지 못한 분들께는 '최악의 악'은 진짜 다르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한 번 보면 빠져나가실 수 없을 것"이라며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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