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서울특별시 송파구 쿠팡 본사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 각 사 제공
쿠팡이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 침체 속에서도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5개 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2010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올해 연간 흑자가 예상된다. 한때 유통공룡이라 불리던 롯데쇼핑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3분기 매출은 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분기환율 1310.39)으로 전년 동기(6조8383억원) 대비 18% 성장했다. 달러 기준 매출은 21% 증가한 수치다. 쿠팡이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8748만달러(약 1146억원)로 13% 증가했다. 쿠팡의 분기 영업손익은 지난해 3분기 이래 5개 분기 연속 흑자다.
1∼3분기 누적 흑자 규모는 3억4190만달러(약 4448억원)로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눈앞에 뒀다. 순이익은 9130만달러(약 1196억원)로 1% 늘었다. 쿠팡을 쓰는 활성고객 수도 지난해 말 1811만명에서 3분기까지 231만명 가량 늘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로켓배송·로켓프레시·마켓플레이스·로켓그로스 등의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이 59억6602만달러(약 7조8178억원)로 21% 증가했다.
쿠팡이츠·쿠팡페이·해외사업(대만) 등 성장 사업도 매출(2억1752만달러·약 2850억원)이 41% 늘었다.
특히 쿠팡이츠는 거래량이 최대 2배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연말 음식 배달 시장에서 20% 이상의 점유율 달성이 유력시된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까지 와우 멤버십 회원 수(약 1100만명)의 약 20%만 쿠팡이츠를 이용한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도 쿠팡의 높은 매출 성장률 및 시장 점유율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반면 롯데쇼핑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수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표류중인 롯데온은 10분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가며 롯데쇼핑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쇼핑은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1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5.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7391억원으로 6.8% 줄었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백화점 매출은 7530억원으로 2% 줄고, 영업이익은 740억원으로 31.8% 축소됐다. 무더운 날씨가 9월까지 이어지며 가을·겨울 상품 판매가 부진했고, 물가 상승으로 고정비가 늘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백화점은 부진했지만, 마트와 슈퍼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상품 통합 소싱이 효과를 거둔 영향이다.
3분기 마트 매출은 작년보다 2.8% 감소한 1조5170억원, 영업이익은 57.3% 늘어난 51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슈퍼 매출은 1.3% 감소한 3470억원, 영업이익은 146.6% 증가한 140억원을 냈다.
e커머스는 3분기 매출이 320억원으로 26.1% 늘었지만 영업손실이 23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하이마트 3분기 매출액은 72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79.9% 뛰었다. 가전 시장 위축으로 매출은 줄었지만, 재고 건전화 및 자체 브랜드(PB) 등 고마진 상품군 매출 비중이 확대되며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홈쇼핑은 3분기 매출이 2190억원으로 14.3% 감소하면서 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다.
쿠팡의 성장세에 롯데쇼핑의 시장 입지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시장 규모는 약 60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쿠팡은 (4.4%)로 신세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롯데는 2.5%로 나타났다. 쿠팡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양사간 시장점유율 격차는 점차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