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제작발표회 / 사진: KBS 제공
'고종, 순종, 그리고 최수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항상 '믿고 보는' 사극을 완성했던 최수종이 '대왕의 꿈' 이후 무려 10년 만에 KBS 대하드라마로 돌아온다. 최수종은 "내가 아니면 누가 하나 욕심이 생겼다"라는 말로 역할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수종이 '고려 거란 전쟁'을 선택한 이유, 그 답이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9일 서울 구로구 더 세인트에서는 KBS 2TV 새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김한솔)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전우성, 김한솔 감독과 배우 최수종, 김동준, 지승현, 이시아, 하승리가 참석했다.
'고려 거란 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전우성 감독은 "이 땅에서 반만년 역사를 이어왔는데, 이러한 역사를 이어오고 발전시킨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걸 찾고 느껴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개했다.
'고려 거란 전쟁'에서는 거란이 고려를 침공하는 1010년부터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으로 고려가 승리를 거두는 1019년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흔히 '서희의 외교 담판'이라고 하는 1차 '여요전쟁'은 다루지 않고, 2차, 3차 전쟁 시기에 대해 다루게 되는 것.
왜 고려 시대를 다루게 됐는지 묻자 전우성 감독은 "먼저 조선 시대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선 시대에 대해 많이 다뤄지기도 했지만 정통 사극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조선 시대는 훌륭한 사람들이 좋은 뜻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려고 했을 때 안타깝게도 뭔가 좌절된 이야기들이 많았다. 저는 과거에 멋진 성취를 이루었으니 우리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려 시대는 동아시아 세계사에서 중원을 장악하던 송 나라가 거란에 무릎을 꿇고 거란이 패권을 장악하고자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했던 시기다. 그러던 중 고려와의 30년 전쟁에서 패배하며 의지가 꺾이게 됐다. 고려의 승리가 고려만 지킨 것이 아닌, 동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 대하드라마를 새로 시작하는 것에 있어 이보다 좋은 소재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고려 거란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결정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우성 감독은 "거란과의 전쟁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삼을 인물이 현종인데, 현종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현종과 강감찬으로 제목을 지을까도 생각했지만, '고려 거란 전쟁'이 제일 직관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은 힘이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답했다.
김한솔 감독은 '고려 거란 전쟁'이라는 제목을 좋아한다며 "왜 그 시대냐는 질문을 했을 때 제가 생각한 것은 우리 민족에서 가장 빛나던 시기라는 생각을 했다. '고려'가 '코리아'의 어원이라는 설이 있다. 고려 이후에 조선, 대한제국, 대한민국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외국에서는 계속 '코리아'다. 고려라는 이름, 코리아라는 이름이 전 세계로 퍼진 시기인 만큼, 가장 빛났던 이 시기를 보여주면 작지만 저력이 있는 나라라고 느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전쟁하면 보통 살육과 맞닿아 있지만, 저희 드라마 속 전쟁은 승리를 통해 평화를 쟁취했다. 거란이라는 강대국이 계속해서 전쟁을 일으켰는데, 마지막 1019년 귀주대첩에서 우리나라가 승리하게 되면서 이후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 또 귀주대첩에서 승리한 이후 그 위로 올라가서 다시 땅따먹기를 하는 것이 아닌, 거기에서 멈춘 뒤 평화를 주장한다. 그 이후로 100년간 동아시아에서는 전쟁이 없다. 그런 것들이 정말 멋진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최수종은 극 중 학식은 물론이며 지략이 뛰어난 문관(文官)이자 고려의 운명이 걸린 전투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강감찬 장군 역을 맡았다. 10년 만에 사극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대하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분들께 작지만 얼마나 크고 위대한 민족들이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는데, 이번 '고려 거란 전쟁' 속 영웅들의 이야기, 민초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가 하나 될 수 있었던 힘이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접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오랜만에 사극에 출연하게 된 만큼, 부담은 없는지 묻자 최수종은 "모든 드라마를 할 때마다 부담은 크다. 저 또한 떨리고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저 같은 경우 대본을 읽는 시간이 두 배로 걸린다. 국어사전을 보며 제가 읽는 부분의 장단을 표시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방영되는 만큼, 부담감도 더 큰 것 같다. 인물을 잘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가님이, 또 감독님께서 원하는 대로 강감찬을 그리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간 최수종이 출연한 사극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작품 역시 좋은 성과가 기대되는지 묻자 최수종은 "'유퀴즈' 방송에서 편집된 내용 중에 최수종의 1위부터 10위까지 시청률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었다. 마지막 10등이 40% 시청률이었는데, 지금은 물론 방송 환경도 달라지고 플랫폼도 다양해져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소망하기로는 10등 안에 들고 싶다. 정말 대하드라마 중 최고의 사극인 이 '고려 거란 전쟁'이 꼭 들어가길 바란다"라고 자신했다.
김동준은 극 중 고려의 8대 황제이자 고려 왕조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한 군주 현종 역을 맡았다. 군 전역 후 복귀작으로 '고려 거란 전쟁'을 선택한 김동준은 "전역 이후 가장 열정에 차있던 시기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처음 대본을 받고 군대를 전역한 만큼, 장군 역할로 큰 획을 그어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현종 역할이었다. 내가 왕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조사를 해보니 이런 인물을 내가 연기할 수 있도록 제안을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진 열정을 현종이라는 인물과 함께 펼쳐가면 나에게도 큰 성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답했다.
특히 김동준은 현종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떻게 보면 삶 자체가 부담이었다. 굉장히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버티며 성장했고, 강감찬을 만나 견고해진다. 저 또한 작품에 임하며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부담을 나 개인이 아니라 이 드라마를 통해 풀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고려 거란 전쟁'을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지금도 촬영 중인데 좋은 역사를 알려드리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최수종과 김동준 외에도 또 다른 고려의 영웅이 등장한다. 바로 지승현이 맡은 양규 장군이다. 지승현은 이번 작품에 임하며 "부담보다는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희의 외교 담판이나 강감찬의 귀주대첩 등은 알고 있었지만, 양규 장군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었던 위기에서 고려를 구하신 용장 중 한 분이다. 그분에 대해 공부하며 어떤 책임감이 생겼다. 양규라는 인물과 그의 업적을 KBS 대하드라마를 보는 모든 시청자가 아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증이 더해진다.
끝으로 전우성 감독은 "촬영을 중반 정도까지 마쳤다. 촬영을 하면서도 저도 여러번 눈물이 났을 정도다. 우리 역사의 강점은 우리를 지키는 싸움을 했다는 것이고, 그 지키는 싸움을 통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를 함께 만들었다는 점이다. 드라마를 즐겨주시면서 함께 평화의 소중함을 고민하고, 이러한 평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그런 이야기의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한솔 감독은 "KBS가 50살 생일이다"라며 "50배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했고, 50배 더 수신료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열심히 만들었다"라고 자신했다. 이와 함께 사극 최초의 신기술을 도입해 작품을 완성해가고 있다며 "정말 '대하'라는 말에 걸맞은 작품으로 만들었다.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다"라고 덧붙여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KBS 2TV 새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은 오는 11일(토) 저녁 9시 25분 첫 방송된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