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틀조선TV 유튜브 바로가기

안 팔리고 마진 떨어지는 전기차…현대차·기아 전략 문제없나

임주희 기자 ㅣ ju2@chosun.com
등록 2023.11.06 16:07

전기차 시장 둔화에 테슬라·폭스바겐·GM 등 계획 전면 수정
현대차·기아, 전략 수정 없이 이어가…'퍼스트 무버' 도약 기회
지나친 가격인하와 할인공세, 생산량 조정 실패 등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

기아의 EV 라인업 (왼쪽부터)EV6 GT, EV4 콘셉트카, EV5,EV3 콘셉트카, EV9 GT 라인./기아 제공

전기차 시장 성장에 제동이 걸리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하나둘씩 전기차 사업과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미래 시장이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은 공통된 시각이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현대자동차·기아는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업계가 주춤하는 지금을 기회로 삼아 퍼스트 무버의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2%로 예상된다. 2021년 115%, 2022년 61%에 비해 대폭 감소한 수치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된 데에는 가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반 내연기관차 보다 두 배가량 비싼 전기차를 사는 것은 소비자에게 도전이자 부담이기 때문이다.

초기 수요 이후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서는 가격 인하가 관건으로 꼽힌다. 최근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 등 제조사들이 가격 장벽을 낮추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신중한 모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새 차를 사는 것을 주저한다"고 토로했다. 결국 테슬라는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절반이 줄어든 17억6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에 그쳤다.

예상보다 더딘 전기차 시장 성장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투자와 생산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테슬라는 전기 픽업트럭과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GM은 혼다와 함께 개발 중이던 보급형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철회했고, 미시간주 전기 픽업트럭 공장 가동을 연기했다.

포드는 전기차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SK온과 켄터키주에 지을 배터리 공장 가동을 늦추기로 했다. 폭스바겐도 차세대 전기차 생산을 위해 계획한 독일 신규 공장 설립을 백지화하며 생산 계획도 축소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이 투자를 줄이고, 신차 개발을 늦추고 있지만 현대차·기아는 기존 전기차 전략을 밀어 붙인다는 방침이다. 2024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을 재검토 없이 추진하고, 2026년 194만대 수준 판매 계획도 유지한다. 수요 둔화는 잠시 숨 고르기 차원일뿐이며, 대세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판단아래 위기를 기회로 보는 것이다.

최근 현대차는 저가형 전기차 출시와 할인 공세를 통해 얼어붙은 전기차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는 코나 EV에, 기아는 니로·레이 EV에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보다 저렴해 전기차 가격 인하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LFP 배터리를 단 캐스퍼 전기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할인 프로모션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한시적으로 확대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EV세일페스타'를 진행한다. 연말까지 최대 ▲아이오닉 5 400만원 ▲EV6 484만원 등 할인해 준다. 11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까지 겹쳐 할인 폭은 더 커질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차·기아의 정책에 수익성 악화의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이미 테슬라가 가격 인하 정책을 펼쳐 판매량 하락을 상쇄했음에도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가격 인하에 본격 나서기 전 전기차 1대당 평균 마진이 9574달러로 전기차 업체 중 1위였다. 이후 가격 인하와 판매 부진을 거듭하며 마진이 축소돼 그 리스크로 부진한 수익을 기록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마진은 그 10분의 1 수준인 927달러로 가격 인하와 할인 공세 정책을 지속한다면 수익성에 물음표가 찍할 수밖에 없다. 지나친 가격 인하와 할인, 생산량 조정 실패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숨 고르기하고 있는 지금이 퍼스트 무버로서 도약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수익성을 가져가면서 반값 전기차를 만드는 것이 현대차·기아의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기사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

          산업 최신 뉴스 더보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