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NEOM)' 신도시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오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1년을 맞이한다. 이 회장은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는 다짐 하에 글로벌 경영과 기술개발(R&D) 투자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신경영'을 통해 글로벌 일류기업을 도약한 것처럼 이 회장도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외치며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다.
글로벌 기업 협업, 신흥 시장 발굴 위해 직접 뛰는 경영26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중동을 비롯해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등 취임 1년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광폭 경영 행보를 펼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협업 방안을 물색하고, 신흥 시장을 발굴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단단히 다지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추석 명절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살펴보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직접 나섰다. 중동은 이 회장이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택한 곳이다. 그는 "중동은 미래 먹거리와 혁신 기술 발휘 기회로 가득 찬 보고(寶庫)"라며 "'글로벌 삼성'의 미래를 건 최전선에 있다는 마음으로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빅테크 기업의 산실인 미국에도 공들이고 있다. 지난 4월에서 5월, 미국 출장에 나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산업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거물 20여명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베트남, 일본, 프랑스 순방 등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17일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했다./삼성전자 제공
주요 사업장 점검과 대규모 투자로 삼성의 내일 준비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를 이끌 주요 사업장을 직접 챙기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월에 삼성전자 천안·온양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패키지 경쟁력 및 R&D 역량,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확인했다. 특히 HBM, WLP 등 첨단 패키지 기술이 적용된 천안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은 직접 점검했다.
또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에서는 QD-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봤으며, 삼성SDI 수원 사업장에서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 라인을 점검하기도 했다.
대규모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업황 악화로 인해 상반기 9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투자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상반기에만 25조3000억원을 새 시설에, 13조8000억원을 R&D에 쏟았다.
아울러 향후 20년간 총 300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며, 차세대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에 10년간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삼성은 지난해 5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발목 붙잡는 사법 리스크 과제 남아한편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사법 리스크'는 과제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지분을 많이 소유한 제일모직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회장 취임 발표 당일인 지난해 10월 27일에도 재판정에 출석했으며, 이달 27일에도 재판이 있다. 재판은 일주일에 1~2회 열린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피고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직접 공판에 출석해야 한다. 따라서 장기간 출장이나 글로벌 행보에 발목이 붙잡힐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형량과 취업 제한 등의 활동 제약이 생길 수 있으며, 항소 제기 시 사법 리스크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