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해 현장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정주영 선대회장이 일으킨 '중동신화'의 유산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이어 받는다.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첨단 전기차 생산, 수소 에너지 등으로 확장하며 정주영 선대회장의 도전 DNA를 계승하는 것이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전날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km 구간을 시공 중이다. 이곳은 일반적인 사막과 달리 산악 지형에 위치해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다양한 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해 공사를 원활하게 진행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장 직원 및 협력사 직원의 국내 가족들에게 감사편지를 동봉한 격려 선물도 보냈다.
정주영 선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으로 현대건설을 포함한 현대차그룹에게 의미가 깊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중동신화의 주역이 됐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중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화석연료 이후 시대를 대비한 신사업을 육성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중동에서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계는 정주영 선대회장으로부터 이어져온 도전 DNA로 첨단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주영 선대회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현대차그룹만의 헤리티지로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현대차·PIF 자동차 생산 합작투자 계약 체결식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장재훈 현대차 사장, 윤 대통령, 야지드 알후미에드 사우디 국부펀드(PIF) 부총재,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대통령실 제공
도전 DNA를 물려받은 정의선 회장은 건설을 넘어 전기차 등 완성차, 친환경 에너지, 첨단 플랜트 등으로 중동신화를 확장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CKD(반조립제품)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21%의 점유율로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건설해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 및 현지 특화 마케팅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에 세워지는 그룹 최초의 완성차 생산 공장은 2026년 완공될 예정이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진행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 및 발전을 위한 MOU' 체결식에서 (왼쪽부터)바르드 알바드르 사우디 투자부 차관,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며 중동 친환경 에너지 저변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 현대차는 이날 한국자동차연구원,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SAPTCO와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의 보급 확대 및 생태계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트럭 등을 중동에 공급하며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동 주요국에서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이는 한국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로템도 지난해 이집트 터널청(NAT)이 발주한 7557억원 규모의 카이로 2·3호선 전동차 공급 및 현지화 사업을 확보하는 등 중동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LNG 에너지 프로젝트 확대에 대응해 신규 가스 수송용 강관 소재를 개발하는 등 중동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중동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현대차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