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캡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 '네옴시티'에서 한국 기업들이 수익 창출 극대화를 꿈꾸고 있다. 네옴시티는 서울시 면적의 44배에 달하는 2만6500㎢의 규모로 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170km에 달하는 친환경 수직도시 '더 라인', 초대형 산악 관광지 '트로제나', 바다 위에 떠 있는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 섬에 위치한 휴양지 '신달라'로 구성된다. 신재생에너지, 건설, 모빌리티, 통신,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 기회가 열릴 것을 전망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이달 21일 경제사절단으로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사우디 방문은 네옴시티 수주를 위해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비전 2030' 정책의 일환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한 것도 네옴시티가 주된 이유였다. 당시 이재용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등이 차담회에 동참해 네옴시티를 비롯해 여러 가지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 신도시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에서는 삼성물산이 더 라인의 하부 교통망 및 인프라 시설 '스파인'의 일부 구간 터널 공사를 지난해에 시작했다. 더 라인은 네옴시티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로 삼성물산이 맡고 있는 터널 길이는 총 12.5km에 이른다.
이재용 회장은 추석 명절에 해당 건설 현장에 방문해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탈석유로 대변혁을 추진 중인 중동 지역 비즈니스 확대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달 21일 경제사절단으로 방문하면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에 재방문하는 것으로 이재용 회장이 네옴시티를 중요한 먹거리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이 공개한 UAM 인테리어 콘셉트 모델./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스마트 물류, UAM 기술로 수주전에 나서고 있다. 네옴의 키워드가 친환경·스마트 시티인만큼 미래 모빌리티 기업에게는 대어인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스마트시티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활발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전기차와 UAM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력이 우수한 만큼 이번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건설도 삼성물산과 함께 더 라인 터널 공사에 나서고 있으며 추가 입찰도 참여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 사우디 투자부와 네옴 철도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속철도 수출 실적이 전무한 현대로템은 이번 고속철도 수주가 절실한 상황이기에 정의선 회장을 필두로 그룹사의 역량 집결이 중요한 대목이다.
한편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동행해 한국 기업의 수주를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