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배터리가 탑재된 기아 '레이 EV'./기아 제공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출시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기차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기아는 이달 출시한 레이 EV에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KG 모빌리티 역시 토레스 EVX에 중국 BYD의 LFP 배터리를 적용했다.
LFP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주행 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명이 길고, 내열성이 우수한 인산철이 포함돼 화재 위험이 낮다. 특히 가격이 저렴해 저가형·소형 전기차 위주로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드 등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 업체들도 잇따라 LFP 배터리 탑재 계획을 발표했다. 초기 수요 이후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가격을 인하해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전략이다.
LFP 배터리의 선두주자는 중국이다. LFP 배터리가 NCM 배터리보다 기술력이 낮다는 인식에 의해 국내 배터리 3사가 NCM 배터리 개발에 전념하는 동안 중국은 LFP 배터리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다. 내수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은 높은 수요와 탄탄한 공급망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력까지 확보했다고 평가받는다. BYD는 LFP 배터리의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배터리를 차체로 이용하는 CTB 플랫폼을 개발·적용하는 등 기술 혁신을 이루고 있다.
지난 21일 KG 모빌리티 미래 발전전략 기자 간담회에서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에 관한 기술은 중국이 우리보다 뒤떨어지지 않았다고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도 LFP 배터리로 포트폴리오 확장을 꾀하고 있다. SK온은 2025년부터 LFP 배터리를 본격 양산할 계획이며, 삼성SDI는 울산에 LFP 배터리 생산 시설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공장 생산 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할 방침이다.
LFP 배터리 분야에서는 중국보다 시작이 늦은 만큼 선제적인 기술 확보가 시급하다. 업계 관계자는 "LFP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가진 만큼 국내 배터리 업계도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며 "단순 양산뿐만 아니라 주행 거리라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개발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부사장은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FP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서 중요한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것은 틀림없다"며 "회사도 LFP 배터리 개발 완성도를 높이는 중이며 중국 대비 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차별화하기 위해 보다 진보된 LFP 계열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LFP 배터리가 탑재된 KG 모빌리티 '토레스 EVX'./KG 모빌리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