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동작구에 위치한 농심 본사 / 농심 제공
고(故) 신춘호 농심 명예회장의 3남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농심 지분을 잇달아 처분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농심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에 지정,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부과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계열 분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최근 농심 주식 3356주를 장내매도했다. 종가(44만2500원) 기준 약 15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신 부회장은 지난달 7일과 29일에도 각각 3000주, 1044주를 장내매도 하는 등 올 들어 일곱 차례에 걸쳐 지분을 팔았다. 이번 매도로 신 부회장의 농심 지분율은 1.98%까지 축소됐다.
앞서 지난달에는 농심의 광고 대행 계열사인 농심기획에 대한 매각 협상에 착수, 현재 현대차그룹 광고 계열사 이노션과 협상 중에 있다. 농심기획은 농심가 맏딸 신현주 부회장이 경영 중인 광고대행사다. 지난해 매출 207억원 가운데 63% 가량을 내부 거래를 통해 올렸다.
업계서는 신 부회장의 잇단 농심 지분 정리와 계열사 농심기획 매각을 두고 계열분리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으로 보고있다.
농심그룹은 지난해 5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집단기업(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산 5조원 이상 기업 집단은 공시의무 대상으로 사익편취 규제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의 규제를 받게 되면서 형제간 계열분리의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농심그룹은 농심홀딩스를 지배회사로 농심, 율촌화학 등 상장사 3개, 비상장사 47개 등 총 5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문제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포장재 기업인 율촌화학은 지난해 매출 4815억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2225억원을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 거래로 올렸다.
농심태경과 엔디에스, 농심미분, 농심기획 등 다수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20~60%에 달한다. 그동안 높은 내부거래 비중에도 공정위 감시에서 벗어났지만,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된 셈이다.
농심그룹은 장남 신동원 회장이 농심, 차남 신동윤 회장이 율촌화학, 3남 신동익 부회장이 지난해 6월부터 농심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메가마트 대표이사직을 각각 맡고 있다. 신 부회장의 메가마트 지분은 56.14%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8675억원인 메가마트를 계열분리하면 농심그룹은 다시 대기업집단에서 빠질 수 있다. 메가마트는 지주사인 농심홀딩스와 지분관계가 없어 계열분리에 걸림돌이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년 전 창업주의 작고로 인해 자녀들 간 계열 분리는 예고된 수순"이라며 "계열 분리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 대기업 집단에 지정되면서 분리 속도가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내부 거래 비중이 낮고 지분 관계가 적은 메가마트 분리가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계열분리 추진은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보인다"면서도 "당장 계열분리를 하기에는 일부 절차 등 시간이 다소 걸리기에 내부거래 비중을 점차 줄여나간 후 장기적으로는 계열분리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계열분리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현재 검토하고 있진 않은 상황”이라며 "신 부회장의 농심 주식 매도는 개인적인 사안이라 공식적으로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