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롯데·광윤사 제공
롯데그룹이 계열사들의 실적부진 등으로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축소에 나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용병술과 경영전략 실패로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고 최근 무리한 인수합병도 재무부담을 더하면서 감원을 통한 실적회복을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신청 기한은 오는 13일까지다. 대상자는 근속연수 5년, 45세 이상 직원이다. 희망퇴직 조건으로는 24개월치 급여와 재취업 지원, 별도 학자금 지원 등이다. 롯데홈쇼핑 측은 "유통,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경영 혁신을 통한 조직변화 일환으로 자발적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롯데면세점과 롯데하이마트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월 대리급 이상 중 근속 연수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롯데면세점이 희망퇴직을 받는 건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하이마트도 같은해 10년차 이상 혹은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롯데그룹이 연이어 계열사별 희망퇴직에 돌입한 건 그룹 전반에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6222억원,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7.2%, 30.8%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770억원을 기록, 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매출은 5.9% 감소한 5조24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홈쇼핑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2.8% 줄었다. 같은기간 매출은 2310억원으로 15.2% 감소했다.
이 밖에 이커머스, 컬처웍스 등 계열사 전반이 부진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롯데머티리얼즈, 한샘, 미니스톱 등 다수의 입수합병과 무리한 사업 확장 등이 재무부담으로 돌아왔다. 앞서 롯데쇼핑은 보유한 수천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 매각에도 나섰지만 재무구조를 자력으로 선순환 시키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롯데쇼핑 등의 재무건정성 악화를 막기 위해 이렇다 할 전략도 없어 손쉬운 자산매각과 인원 감축이라는 칼을 빼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디지틀조선TV와 인터뷰를 진행한 롯데가 장자인 신동주 광윤사 대표이자 한국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 방침'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 창업자는 직원을 아끼고 정리해고를 최대한 하지 않았다"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경영진의 잘못을 직원에게 떠넘기고 정리해고까지 한다. 창업자 정신을 되찾아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경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단기적인 경영이 아니라 장기 지향 경영으로 바꿔야 한다"며 "경영 방침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적을 악화시켰음에도 재계의 보수왕으로 불릴 정도의 보수를 받는 것은 직원들에게도 주주들에게도 경영진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며 "(신동빈에게)나였다면 실적이 회복될 때까지 보수도 받지 않고 배당금도 회사에 반환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경영 체제와 경영방침이 옳은지는 2015년 경영권을 잡은 이후 실적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며 "그룹 내 하나의 기업 실적이 악화되었다면 이는 해당 기업 사장 및 회장의 자질이나 경영방식 문제인데 그룹 계열사들 실적이 악화되었다는 것은 그룹 회장의 경영 방침이 나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 롯데쇼핑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