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사 임금교섭 위원들이 지난 5월 16일 HD현대중공업 울산본사에서 '2023년 임금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뉴스1
한화오션 출범으로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HD현대중공업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이은 수주로 올해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HD현대중공업이 파업 리스크로 인해 항해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31일 오후 전 조합원이 3시간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노조는 최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부분 파업을 결정했으며 당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도 거행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22일 ▲기본급 12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지급 ▲격려금 3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이틀 뒤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반대 68.78%로 부결됐다.
지난 17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앞줄 왼쪽에서 4번째부터)권혁웅 대표이사, 정상헌 지회장, 정인섭 거제사업장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3년 임금교섭 조인식이 열렸다./한화오션 제공
잠정합의안 부결은 경쟁사인 한화오션의 높은 임금 인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기본급 11만1223원(호봉승급분 2만3223원 포함) 인상 ▲근속수당 구간별 5000원 인상 ▲자기계발비 매월 환산 3시간 인상 지급 ▲격려금 300만원 등의 내용으로 노사 합의를 도출했다.
기본급 인상만 보면 HD현대중공업이 높지만, 자기계발비까지 더하면 한화오션의 임금 상승분이 더 크다. 이에 노조는 임금 인상 규모가 조합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사측에 추가 인상이나 격려금 확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 2022년 인도한 174K LNG운반선의 시운전 모습./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랜 불황에 시달린 조선업계가 올해 수주 호황으로 실적 회복에 시동을 걸었지만 파업 리스크로 인해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8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까지 수주 실적은 72억6600만달러로 연간 목표인 118억5700만달러의 61.3%다.
특히 점차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고효율 선박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LNG운반선 등 친환경 선박에 강점을 갖고 있는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조선소 가동률 저하 등 하반기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조의 파업은 기업의 영업활동이나 운영에 있어 리스크"라며 "노조와 사측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부분 파업이 예고된 31일에도 본교섭이 진행된다. HD현대중공업은 교섭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