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디지틀조선TV 산업부 기자
롯데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부진하면서 그룹 전체에 재무적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성장동력 차원에서도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순혈주의를 깨고 등판시킨 김상현(전 홈플러스 부회장) 롯데쇼핑 부회장은 구원투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발 쓰나미는 그룹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서 그룹의 재무 리스크가 커지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양대 축이자 모태 역할을 해온 롯데쇼핑의 존재감이 점점 흐려지면서 경쟁사들은 "쇼핑을 포기하고 화학만 키우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쇼핑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조6222억원,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각각 7.2%, 30.8% 감소했다. 주력 사업인 백화점은 물론 이커머스, 홈쇼핑, 컬처웍스까지 계열사 전반이 부진했다. 백화점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은 660억원으로 36.9% 급감했고, 홈쇼핑과 컬처웍스도 각각 두 자릿수 이익이 줄었다.
특히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는 이커머스 사업에서 롯데는 사실상 시장에서 배제된 형편이다. 롯데온은 업계 '3강'인 쿠팡과 네이버, 신세계에게 밀려 시장점유율이 한자리 수로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이커머스 롯데온은 2분기 영업손실 210억원을 기록, 9분기 연속 적자라는 불명예 기록을 만들고 있다. 공들여 영입한 외부 출신 나영호(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 본부장) 대표 역시 고전하고 있다.
롯데쇼핑의 위기는 전략부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양판점 시대가 저물어서 갈 때 쯤 시장판도를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2년 약 1조2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롯데하이마트는 1분기 말 기준 시가총액이 2875억원에 불과하다. 기업가치도 1조100억원으로 롯데가 인수한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 예견된 양판점 시장 부진에도 안일한 판단으로 몸집을 불린 탓이다.
지난 2021년 IMM PE와 공동 인수한 한샘도 마찬가지다. 최근 롯데쇼핑은 한샘 인수에 사용한 IMM PE 사모펀드 지분 2595억원 중 1400억원 가량을 손실 처리했다. 주당 22만원대에 인수한 한샘은 현재 5만8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샘은 작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로 217억원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장기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롯데쇼핑은 궁여지책으로 부동산 자산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보유한 부동산을 팔아 5000억원의 현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실력으로 실적을 증명하기 보다 일단 곳간이라도 털어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전략인 셈이다. 본업 경쟁력 부진과 앞을 내다보지 못한 '방만 경영', 전략부재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롯데쇼핑의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공채 자부심으로 뭉친 보수적인 롯데에서 외부 인사는 ‘굴러온 돌’ 취급받는 조직 문화를 신 회장이 모를 리 없다. "공채 몇기냐"는 몇몇 직원들 간 첫 인사는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팀 성적이 부진하면 전술과 선수기용의 책임이 있는 감독이 1차 책임을 진다. 롯데그룹의 감독은 신 회장이다. 위기에서 잘못된 선수기용을 고집하면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롯데쇼핑 홍보팀이 언론과의 소통조차 소극적인 것은 물론 시장의 상도까지 어겨가면서 개개인의 자존심 세우기에 급급해 보인다.
언론이 쓴소리로 지적했다고해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고 누구에게나 보내는 보도자료를 차단하는 등 막가파식 대응은 롯데쇼핑 홍보실 수장마저 고집불통으로 보인다.
이제는 신동빈 회장이 감독으로써 결자해지할 때다. 한때 한국을 이끌어 온 저력의 롯데쇼핑을 다시 재건할 유일한 수단으로 보인다. 특히 몸에 좋은 약은 입에도 쓰다는 교훈을 잊지말고 유통 공룡으로 화려한 부활을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