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 교섭대표들이 6월 1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3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4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며 사측과 대립하는 가운데 미래경쟁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역피라미드 형태의 고임금 구조가 심화되면서 고정비용이 증가하고, 신규인력 양성등 신사업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오는 23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행위 여부를 결정한다. 25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도 진행될 예정이다. 조합원 3분의 2가 찬성해 파업이 성사되면 2018년 이후 5년 만에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등을 요구했다. 별도 요구안으로는 만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동해 만 64세로 연장할 것을 담았다.
이 중 뜨거운 감자는'정년 연장'이다. 정년 연장은 현대차 노조뿐만 아니라 기아, 포스코, 한화, HD현대 등 국내 대기업 노조에서 공통으로 요구하는 사항이다. 노동계에서는 정년 연장을 주장하지만 기업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의 2023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령별 임직원 수는 ▲30세 미만 9263명 ▲30~50세 3만2067명 ▲50세 이상 3만2101명으로 전체 임직원 중 약 43.7%가 50세 이상이다. 고임금자인 50세 이상의 임직원이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까지 단행되면 현대차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대차는 경쟁 국가의 임금체계 보다 높게 책정됐는데 여기서 정년 연장까지 요구하면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기업에게는 이중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엔지니어하우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서울대 배터리 공동연구센터' 개관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현대차는 최근 서울대학교에 미래 모빌리티 계약학과를 설립하고, 배터리 공동연구센터를 개관하는 등 차세대 인재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국내 주요 대학과 전동화시스템 공동연구실을 설립해 우수 연구원에 대한 채용 연계도 추진하고 있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무리한 정년 연장은 새로운 세대 양성과 청년 채용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교수는 "기업의 혁신과 신기술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는 신규 채용을 통해 나오는데 청년 채용이 줄어들면 그만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년 연장에 대한 부담은 소비자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고임금자들이 정년 연장으로 높은 임금을 계속해서 받게 되면 현대차는 고정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는 차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윗세대들이 정년 연장으로 고임금을 더 받게 되면 현대차는 고정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며 "이는 차량 가격 상승과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치명적 요구"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정계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노동계 주장처럼 단순히 법으로 정년을 연장할 경우 취업을 원하는 청년들에겐 큰 장벽과 절망이 될 수 있다"며 정년 연장 반대 입장을 취했다.
이어 "기업은 임금의 연공제적(근무연한에 따라 임금과 직급이 상승하는 임금제도) 성격이 강하고 해고 제한 등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는 상황에서 그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