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모습./뉴스1
네이버가 출시를 앞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의 B2B(기업 간 거래) 저변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비해 출범이 늦었지만, 기업 서비스 접목을 발 빠르게 진행해 AI 선점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출시 예정인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는 금융, 소프트웨어, 모빌리티, 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마일게이트 AI센터는 네이버클라우드와 업무협약을 체결,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업무 생산성 개선 및 게임 리소스 제작 효율화 연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게임 내 NPC 및 메타휴먼 고도화 등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SK C&C는 금융 분야에서 손잡고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금융 맞춤형 초대규모 AI 서비스 모델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한글과컴퓨터는 하이퍼클로바X를 한컴오피스에 적용해 기능 고도화를 도모한다. 쏘카는 하이퍼클로바X를 고객 응대, 예약 등 서비스를 발전시킬 예정이다.
이밖에도 네이버는 ▲SK그룹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 ▲에듀테크기업 ‘유비온’, ▲디지털 헬스케어 지식 플렛폼 ‘위뉴’, ▲마케팅솔루션기업 ‘오브젠’, ▲올인원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기업 ‘클로잇’ 등과 하이퍼클로바X 활용 업무협약을 맺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들 기업 이외에도 협력과 관련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중인 기업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왼쪽), 박재욱 쏘카 대표./네이버 제공
국내 기업의 생성 AI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출시가 늦은 편이다. 빅테크 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킨 오픈AI의 챗GPT는 작년 11월 출시된 후 이미 800여개의 파트너사를 확보했다.
현재 글로벌 초거대 AI 산업은 기업과 협력하는 2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나다 AI 기업인 ‘코히어’는 오늘날 초거대 AI 산업이 개발 단계를 지나 기업과 연합해 AI를 고도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가 택한 건 ‘리프프로깅’(건너뜀‧Leapfrogging) 전략이다. 챗GPT처럼 기술 공개 후 고객사와 접촉해 서비스 접목 단계를 밟는 것이 아닌, 중간 단계를 생략한 채 출시 전부터 협력기업 확보에 나선 것이다.
네이버는 또 국내 기술 스타트업들과 하이퍼클로바X를 이용한 데모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 7월 개최된 프로젝트 ‘네이버 AI RUSH 2023’를 통해 헬스케어, 콘텐츠, 데이터, 반려동물 관련 등 여러 분야의 기업 20곳이 모였다. 향후 더 넓은 초대규모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LG ‘엑사원’, 엔씨소프트 ‘바르코’, 카카오 ‘코GPT 2.0’등 국내 기업들 간의 초거대 AI 경쟁이 하반기 불붙을 것”이라며 “대부분 B2B 시장을 목표하고 있어 제품 출시 전 협력기업 포섭이라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더불어 자사 서비스에 AI를 접목하는 버티컬 전략을 꾀하고 있다. 자체 개발 초거대 AI를 검색, 커머스 등 자사 서비스에도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챗GPT의 투자 금액 대비 구체적인 활용·수익모델은 알려지지 않은 반면, 네이버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AI 기술을 자사 플랫폼 내 검색·광고·쇼핑 등에 적용 중”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한국에서 네이버는 브랜드 가치가 높기 때문에 하이퍼클로바X는 출시와 동시에 국내 상용화될 것”이라며 “한국인 정서에 맞는 AI로 버티컬, 로컬라이징 전략을 취한다면 서비스 경쟁력을 충분히 갖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