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Z 폴드5(왼쪽), Z 플립5./삼성전자 제공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를 비롯해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하고, 중국의 경제 불황이 계속되자 글로벌 기업들이 '제2중국'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인구 세계 1위이자 스마트폰 시장 규모 2위, 자동차 시장 규모 3위인 인도에 관심이 쏠리며 한국 기업도 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인도에 스마트폰 현지 생산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기 위해 중저가 제품부터 플래그십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지난달에는 중저가 제품인 갤럭시M34 5G 모델과 갤럭시S21FE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
플래그십 제품군에도 힘을 싣는다. 갤럭시 Z 플립·폴드5의 인도 사전예약 고객수는 개시 28시간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박종법 삼성전자 서남아총괄 부사장은 "인도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다"며 "갤럭시 Z 플립·폴드5는 삼성전자가 인도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저가 제품 위주로 생산하던 인도 노이다 공장에서 플래그십 모델은 '갤럭시 S23'과 폴더블 신형 생산도 늘릴 전망이다.
김언수 현대차 인도아중동대권역장 부사장(왼쪽)과 아시프 카트리 GMI 생산담당 부사장이 16일 현대차인도법인(HMI) 사옥에서 탈레가온 공장 자산 인수·인도 계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GM 인도법인의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추진 중이다.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오른 인도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고 전동화 전환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총 55만2511대를 판매해 14.5%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에 첸나이 공장의 생산능력을 75만대에서 82만대까지 올린 것과 더불어 탈레가온 공장 인수로 인도 내 총 생산능력을 최대 100만대로 강화할 계획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에서 현대차·기아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일 인도를 방문해 현지 공장을 둘러보고 인도에서의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정 회장의 방문은 미래 모빌리티의 거점으로서 인도를 눈여겨보고, 인도에서 전동화 톱티어 브랜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인도는 오는 2030년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주요 전기차 시장이다. 현대차는 기존 첸나이 공장의 여유 능력을 신규 전기차 생산 라인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인도의 전기이륜차 업체인 '올라 일렉트릭'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등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인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올 초에는 인도 내 판매법인도 설립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조공장 설립까지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인도 정부의 막대한 인센티브 제안에도 불구하고 인도 진출에 소극적이다. 소비재 산업의 경우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것이 관세나 물류비용 등의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B2B(기업 간 거래)인 반도체는 시너지에 물음표가 달리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서는 부지와 그걸 관리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인도는 반도체 기업에게 매력적인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