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시리즈에서 임지섭 대위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 / 사진 : 넷플릭스
손석구의 말들이 연일 화제에 오르고 있다. '나무 위의 군대'로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뒤 그가 한 말부터 '뉴스룸'에서 한 해명까지. 손석구는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추앙받았고, 영화 '범죄도시2'로 강렬하게 천만 배우로 등극했다. 추앙과 영광의 계절을 지나, 그는 그저 연기를 계속해 오고 있다. 반복을 통해 자유로움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손석구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 2(이하 '디피2')에서 1에 이어 임지섭 대위 역을 맡았다. '디피1'에서 임지섭은 변할 것 같지 않은 군대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며 아주 조금이라도, 한 번의 노력이라도 하게 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디피2'에서 그의 변화는 더 구체화된다.
'D.P.' 시즌2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손석구는 '디피1' 때도 그랬듯, '디피2'를 앞두고서도 군대에서 자신을 잘 챙겨줬던 소대장님을 찾아갔다. 이후 소대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뇌졸중이라는 큰 병을 투병했을 당시 손석구 응원의 말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두 사람의 남다른 우정을 전하기도 했다.
"진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군대 시절 때 저를 정말 잘 보살펴 준 소대장님과 대본도 같이 읽고 하면서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어요. 한준희 감독님이 많이 오픈돼 있으셔서 아이디어를 가져가면 재미있다고 좋아해주셨어요. 저도 소대장님께서 쓰신 편지도 봤어요. 댓글도 남겼고요. 소대장님께서 '디피2' 보시고, GP 세트장이 정말 고증이 잘됐다고 놀랐다고 해주셨어요. (웃음)"
'D.P.' 시리즈에서 임지섭 대위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 / 사진 : 넷플릭스
손석구는 캐릭터를 맡으면 '키워드'를 가지고 접근한다. 영화 '범죄도시2' 당시 그가 맡은 빌런 강해상의 키워드는 '울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디피2' 속 임지섭의 키워드는 뭐였을지 궁금해진 이유기도 하다.
"하나의 정서를 잡아놓고 '내가 그 정서일 때 어땠지?'라는 질문에서 많이 시작해요. 그런데 유독 임지섭은 그런 걸 안 정해놓고 시작했어요. 다만 임지섭을 본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는 건 있었어요. 보통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내가 갖는 키워드가 있었는데, 이번 시즌에서 임지섭은 관객이 보고 '책임감'이라는 키워드를 느꼈으면 했어요. 영웅 같은 책임감이 아니라, 하나의 테마를 놓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책임감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이런 질문이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그건 '디피2'가 던지는 화두이기도 했죠."
'D.P.' 시즌2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디피2'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임지섭의 전사가 등장한다. 바로 이혼한 아내인 서은 중령(김지현)을 마주하게 되는 것. 손석구는 "평소에도 (김지현을) 중령님이라고 불렀어요. 되게 이미지에 잘 맞잖아요"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저도 처음에는 '할 수 있나' 싶었는데,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빠로서의 역할이 도드라지는 드라마가 아니라 한 개인이 변화를 겪는 거고, 쉽게 말해 그게 메인이 아니라 부담되고 그러지는 않았어요"라고 밝혔다. 그리고 '디피2'에서 다시금 변화의 과정을 겪는 임지섭을 그려나간 이야기를 이어갔다.
"제가 중심을 딱 잡고 가려고 했으면 오히려 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중심을 잡는 순간, 이 사람을 설명하기 위한 장면들도 더 필요했을 것 같고요. '디피' 열 두개의 에피소드를 따라가는 시점은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을 통해서였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임지섭의 서사를 다 보여주는 것이 아닌, 상황에 가장 적절한 인물을 제 안에서 꺼내려고 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취합되어 임지섭이 되는 거죠. 저는 어찌 보면 소스를 던지고, 그 소스를 취합해서 어떤 캐릭터를 만드느냐는 그 이후 편집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 같아요."
'D.P.' 시즌2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디피'는 시즌 1에서 2로 오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시즌 1에서 석봉(조현철)의 최후를 경험한 이들이 시즌 2에서 아무런 변화 없이 다시 탈영병을 쫓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시선은 조금 더 군의 핵심으로 향했고, 임지섭 대위는 그 핵심으로 가는 길 위에 있었다. 그런 면에서 '디피2' 4화와 6화에서 그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통해서다. 4화에서 이성을 잃은 임지섭이 신아휘(최현욱)의 멱살을 잡았다면, 6화에서 임지섭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법정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한다.
"제가 법정에서 용기를 쥐어짜서 말을 하는 순간에도 '이게 맞나'라고 생각하며 불안한 상태였어요. 실제로 완성본에 등장한 장면도 촬영 장면이 아니고, 리허설 장면을 쓰셨더라고요. 아마 그때는 리허설이었으니까 제가 '연기를 이렇게 하는 게 맞나?'라고 생각하며 더 불안한 상태였을 거예요. 불안함을 표현하고 싶었긴 했는데, 찍고 나서 제가 너무 불안하더라고요. 그런데 '디피2'가 공개된 후, 제가 감독님께 너무 감사했어요. 주변에서 그 장면을 보고 '연기 늘었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감사드렸어요."
'D.P.' 시리즈에서 임지섭 대위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 / 사진 : 넷플릭스
앞서 손석구는 '디피2' 속 임지섭을 본 관객들이 '책임감'이라는 키워드를 품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책임감'은 어떤 화두였을까.
"저는 용기라고 생각해요. '용기를 낸다'라고 하잖아요. 없으니까 내야 하는 거고, 없는 걸 만드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고. 어떻게 보면, 책임을 진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걸 먼저 인정해야 하는 것 같아요. 도전도 시작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12부가 되어서야, 임지섭도 그 어려운 한 마디를 내뱉게 되는 것 같아요."
연극 '나무위의 군대' 모습 / 사진 : ㈜엠피엔컴퍼니 제공
손석구는 앞서 연극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 당시, 9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하며 한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다양한 매체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인정받은 후, 무대로 복귀한 그에게 이어진 질문에서였다. 사실 그 발언에 담은 마음은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나고 싶다'는 손석구의 바람이었다.
"기자간담회 당시 많은 질문이 연극, 영화, 드라마 등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였어요. 저에게 답은 '똑같다' 였거든요. 매체가 바뀌었다고, 저를 바꿀 필요는 없다는 거였죠. 그런 관점에서 제가 생각하는 저만의 색으로 연극할 때,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해 줄지 궁금했어요. 무대에서 조금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나무 위의 군대'라는 작품도 새로운 이야기로 다른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었거든요. 그런데 보신 분들이 '와 닿았다'라는 반응을 주셔서 뿌듯했고요. (공연이) 일주일밖에 안 남아서 아쉽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같이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계속 발전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무대로 돌아왔다기보다, '나무 위의 군대'에 대한 갈망이었어요. '나무 위의 군대'라는 작품이 연극이 아니라 영화였어도, 저는 다음 작품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연극이기에 라이브 관객을 만나고 싶은 열의가 더해진 거죠. 어떤 매체라고 해서 제가 원치 않는 작품을 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어떤 매체든 관객에게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게 최우선 목표입니다. 그렇기에 제 뿌리가 연극에 있다는 개념은 아닌 것 같아요. 연기한다는 건 같잖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어느 매체인가에 맞춰서 가는 게 더 정확한 표현 같아요."
'D.P.' 시리즈에서 임지섭 대위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 / 사진 : 넷플릭스
지난 2여 년간 대중에게 손석구의 위치는 크게 달라졌다. 그렇기에 쏟아지는 관심이다. 추앙과 영광의 시절을 지나며 손석구는 높아진 관심을 인정하면서도 관심으로 인한 부담감에 대해서는 "자유로워지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저는 반복적으로 행위를 해서,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익숙해져서 나오는 상태까지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매체였고, 다른 캐릭터였고, 작품이었지만, '연기'라는 행동을 지속한 것은 같잖아요.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아무리 극악무도한 악인도, 경찰도 어떤 행동을 하기에 결정되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행동을 할 만한 정서는 제 안에서 찾아가는 거죠.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지만, 찾아가는 과정은 완전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매 작품 비슷한 프로세스로 반복해 가는 것 같아요. 정말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될 때까지는 아직 먼 길이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감사합니다."
이미 '손석구'라는 이름은 다른 것이 아닌, 작품을 통해 신뢰를 쌓았다. 그의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연습을 거듭하며 그 인물이 되고 싶은 그의 바람은 반복을 통해 같은 목표를 향해 걸음을 떼어가고 있다. 임지섭('디피2')도, 강해상('범죄도시2')도, 구씨('나의 해방일지') 등이 모두 그 안에서 나왔고 그 안에 있다. 앞으로 점점 더 자유로워질 손석구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D.P.' 시리즈에서 임지섭 대위 역을 맡은 배우 손석구 / 사진 : 넷플릭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 - 디지틀조선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