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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네이버·SSG 3강 전략 먹혔다…꼴찌 '롯데온' 블랙홀

김태동 기자 ㅣ tad@chosun.com
등록 2023.08.11 17:59

한 자릿수 점유율 '롯데온'…쿠팡·네이버·신세계 3강 구도 확고
롯데온 이커머스업계서 퇴출 위기...롯데쇼핑의 저력 아쉬워
신동빈 '용병술 실패' 실적으로 드러나…김상현, 나영호 전략 부재
롯데 상대안된다던 쿠팡 올 2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익 기록, 고공성장

롯데의 이커머스 사업이 수년간 갈피를 잡지 못하면서 순위권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용병술 실패로 '양강'인 쿠팡과 네이버의 점유율 근처에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3위권 경쟁조차 신세계 '유니버스'의 출범으로 이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다.

11일 업계의 평가를 종합하면 신동빈 롯데 회장의 외부 출신 '용병술'의 실패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3강으로 불리는 경쟁사들은 입모아 롯데 입장에서는 앞으로 이커머스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오히려 적자를 줄일 수 있는 구조라고 전망할 정도에 이르렀다. 전략부재와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무거운 조직 문화, 복잡한 앱 구동 시스템과 모호한 정체성까지 롯데온을 외면하게 만드는 복합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롯데온의 전신인 '롯데닷컴'으로 2000년 국내 첫 온라인 쇼핑몰로 신호탄을 빨리 쐈다.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 직함까지 달며 출범에 공을 들였지만 현재는 계륵 같은 신세가되서 롯데그룹의 저력에도 불구하고 만년 꼴찌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쿠팡은 쿠팡이츠·쿠팡플레이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 등으로 시장의 니즈와 흐름을 파악해 재빨리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는 멤버십과 자체 결제 시스템 등을 강화하며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을 인수한 SSG닷컴은 신세계그룹 통합 멤버십 유니버스를 야심차게 내놓으며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반면 롯데온은 새벽배송을 철수하거나 뒤늦게 오카도(자동화 물류센터)를 들이는 등 시장에서 갈팡질팡 하는 모습이다.

이는 고스란히 실적과 지표, 시장 지배력으로 보여진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기준 온라인 거래 시장 전체 53조7142억 원 중 쿠팡의 점유율은 21.8%로 가장 높았다. 2위는 네이버로 20.3%로 나타났다. SSG닷컴이 3위권에서 추격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지난해 7월 기준 쿠팡과 네이버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각각 2766만, 2000만 수준으로 업계를 장악하고 있다. 이마트 자회사인 SSG닷컴·G마켓 합산 990만, 11번가 942만, 롯데온은 168만으로 꼴지다.

점유율로 환산시 1위 쿠팡은 40.2%, 2위 네이버는 29.1%다. 이어 SSG(14.4%)과 11번가(13.7%)가 3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쇼핑업계에선 유통공룡으로 불렸던 롯데온은 점유율은 2.4%로 이머커스 업계에서 사실상 경쟁 상대로 거론하는 것 조차도 불편해 하는 분위기다.

이는 실적으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롯데온의 최근 3년(2020~2022년) 누적 적자는 4000억원에 달한다. 적자뿐 아니라 매출 규모도 매년 1000억원대에 머물렀다. 이에 시장점유율도 2~3%대에 그치고 있다.

반면 쿠팡은 올 2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고 4개 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달성했다. 쿠팡은 올해 2분기 매출이 7조6749억원(58억3788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보다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40억원(1억4764만달러)로 4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갔다. 당기순이익 역시 역대 최대인 1908억원(1억4519만달러)을 기록하면서 1위를 향해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커머스를 넘어 음식배달, 쿠팡플레이 등 달콤한 콘텐츠를 무료 제공하면서 충성고객 다지기에 공들이고 있다.

견고한 매출을 이루는 데 필요한 '충성고객'도 판이하게 차이난다. 올해 기준 쿠팡 유료멤버십 회원 수는 약 1100만명이다. 이어 네이버 유료멤버십(800만명), 신세계 스마일클럽(400만명) 가량이다. 각자 매력포인트를 발산하면서 각 사의 여타 콘텐츠와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난 6월 오픈서베이가 최근 1개월 이내 온라인 쇼핑 경험이 있는 만 20~59세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쿠팡 로켓와우 만족도 점수는 4.08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4.05점), 스마일클럽(3.8점) 순으로 나타났다.

쿠팡 로켓와우를 처음 인지했다는 응답자 중 실제 이용 경험으로 전환된 사용자는 74.3%다. 이어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67.3%), 스마일클럽(52.9%), T우주패스(33.1%) 순이다.

반면 롯데는 유료멤버십 롯데오너스를 운영한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로 이커머스 전략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오너스의 혜택은 혜택으로 보기도 어렵다. 단순히 경쟁사 멤버십과 비교해도 고객들이 이용할 명분이 없다"며 "특히 인지도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유인 전략도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온 자체가 직관성이 없다. 제품 검색하면 홈쇼핑, 마트 등 가격이 제각각으로 나온다. 구매에서 매출로 이어지는데 선순환 구조가 아니다 보니 멤버십 메리트 자체를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라이벌인 정용진호가 이끄는 신세계그룹은 계열사 멤버십을 한 데 묶은 '신세계 유니버스'를 출범하며 마케팅과 인지도 상승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개시 후 50일(6월 8일~7월 27일)간 고객 이용 데이터를 보면 회원들은 평균 3개 계열사를 이용했다.

특히 SSG닷컴을 찾는 회원 비율이 평균 20%를 상회했다. SSG닷컴이 아닌 계열사에서 가입했다 하더라도 5명 중 1명은 SSG닷컴을 찾을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것이다.

SSG닷컴에서 유니버스 클럽 회원들의 이용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42% 증가했다. 이마트와 스타벅스도 타계열사 가입 후 이용하는 비율이 20~40%에 달했다.

급변하는 이커머스업계 시류를 읽지 못한 롯데의 '전략 부재'가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드는 셈이다.

이에 따라 외부 출신 해결사로 투입됐던 유통 수장인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과 나영호 롯데온 사장의 거취도 주목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 출신인 나 대표는 신동빈 회장이 2021년 롯데온을 키우기 위해 영입했다. 하지만 나 대표 체제에서 롯데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어 신 회장의 인재 기용술이 실패했는데 이를 인정하지 못해서, 계륵처럼 방치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나 대표 취임 후 롯데온은 줄곧 적자를 냈다. ▲2021년 2분기 322억원▲2021년 3분기 462억원 ▲2021년 4분기 285억원 ▲2022년 1분기 453억원▲2022년 2분기 945억원 ▲2022년 3분기 378억원 ▲2022년 4분기 240억원 ▲2023년 1분기 200억원 ▲2023년 2분기 210억원 등으로 9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김상현 부회장은 화장품·명품 등 특정 카테고리를 특화 한 버티컬 서비스와 오카도를 이식해가며 이머커스 사업을 살리려 나섰지만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오히려 평가절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내부에서도 이커머스 사업 전략에 대해 각 계열사가 주장하는 바가 다르다"며 "구체적인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전사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데 '눈가리고 아옹'하기에 바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롯데마트처럼 연간 목표를 바꾼다던지 직원들 성과급 등 허리띠 졸라메기하는 것이 효율적인 움직임은 아닌 것 같다. 경영진 인사 혁신 등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롯데쇼핑은 그들의 자존심 세우기에 급급해서 잘못을 인정하기 보단 자존심을 세우고 나만 살면 되지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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