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고민시 인스타그램
* 해당 인터뷰에는 '밀수'의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밀수'의 현장은 남달랐다. 배우들은 연기만 하지 않았다. 뮤직비디오 촬영도, 홍보도, 스태프들의 기 살리기 등 역시 배우들이 해냈다. 이에 배우들은 입을 모아 "팀워크는 류승완 감독의 힘"이라고 했다.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온전히 배우들의 힘"이라고 말이다.
'밀수'는 바다에서 생물을 잡던 사람들이 들어선 화학 공장으로 직업을 잃은 뒤, 밀수품을 건져 올리며 살던 중 큰 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 인터뷰에서 류승완 감독이 한 '밀수' 배우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참이라, 좀 더 캐릭터의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14살 때부터 식모살이를 전전하며 돈이 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온 조춘자(김혜수)는 바닷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된다. 그리고 해녀들의 리더 진숙(염정아)에게 제안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을 만나며 본격적으로 밀수 판을 키워간다. 그리고 춘자와 진숙 사이에서 막내 역할만 해오던 장도리(박정민), 100% 검거율에 도전하는 세관 계장 이장춘(김종수), 밀수 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다방 마담 고옥분(고민시) 역시 그 판에 휘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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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른바 '해양 액션 활극'에 주연으로 김혜수, 염정아를 캐스팅했다.
"김혜수, 염정아 배우는 나이가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 스타들의 나이는 저에게 의미가 없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들은 매 작품 속에 캐릭터와 이미지로 존재하는 거지, 실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왠지 해녀가 등장하는 영화를 제가 연출하게 된다면, 그 중심에 있는 해녀를 연기할 여배우들이 필요하잖아요. 막연하게 그 중심에 '김혜수, 염정아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두 배우와 일을 하고 싶었고요."
Q. 춘자는 변화무쌍한 인물이었다. 진숙은 그와는 반대되는 인물이었다. 진숙에게 기대한 포인트가 있었나.
"이런 말은 조심스럽지만, '밀수'의 중심축은 진숙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숙은 중심에 있고, 주변의 인물들이 멀리 갔다 돌아오고 하는 거죠.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캐릭터 변화의 그래프가 클수록 극이 흥미로워진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진숙이었어요. 진숙이 입장에서는 모두 다 춘자 같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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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근래 조인성을 가장 멋지게 담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김혜수 역시 제작보고회에서 "액션이 정말 멋있지만, 가장 멋있는 건 얼굴"이라고 감탄하지 않았나.
"제가 진짜 조인성을 좋아해요. '모가디슈'를 하면서 그 배우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인품에 반했어요. 그런데 '모가디슈' 때 너무 망가뜨렸잖아요. '모가디슈' 때 스태프들이랑 '밀수' 때도 함께 했는데요. 그래서 다들 마음에 부채가 있었어요. 이렇게 멋있는 사람을 망가뜨렸다는 점에서요. 그래서 촬영, 조명팀에서 너무 좋아했어요. 조인성의 미모를 제대로 보여줄 때라는 거죠. 저도 빚 갚는 느낌이었어요. '권상사'의 컷을 찍을 때마다 원금에서 조금씩 빠지는 느낌이랄까요. 이제는 원금까지 다 떨어낸 것 같아요.(웃음) 조인성 배우는 점점 더 멋있어지는 것 같아요. 사람 자체가 그릇이 커지고, 깊어지고, 정말 좋은, 더 좋아질 스타가 될 거라는 생각입니다."
Q. 쿠키 영상 속에 등장한 권 상사는 어떤 의미인가. 춘자와 로맨스가 싹튼 건가.
"마지막에 춘자가 온 건 의리인 것 같아요. 인간으로서의 의리. 둘은 서로를 철저하게 유용하는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상어가 나온다고 했을 때 '춘자 씨만 안 들어가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권상사의 말에 로맨스는 1도 없거든요. 그런데 위기상황 속에서 그것이 권상사의 태도예요. 악당이지만 일단 내 편이 당하는 건 못 본다. 전형적인 마초죠. 둘은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이후는 모르죠. 저도 로맨스로 생각한 적은 없었고요. 둘 다 너무 설렘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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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밀수'를 보면 박정민(장도리 역)과 고민시(옥분이 역)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두 사람은 인터뷰에서 장도리와 옥분이의 많은 부분이 감독님의 아이디어였다고 이야기했다.
"그 배우들을 제가 그래서 더 좋아합니다. 인성이 너무 좋아요.(웃음) 두 배우는 제 디렉션을 받아서 했다고 하지만, 사실 두 배우가 아니라면 이렇게 안 됐을 거예요. 장도리가 칼에 찔렸을 때, 혀를 날름하는 거 있잖아요. 현장에서 그 장면은 충격과 공포였어요. 아무도 예상을 못했어요. 조인성 배우도 '이렇게까지 한다고?'라고 하고요. 박정민 배우가 정말 내성적이잖아요. 그런데 현장에서 '메소드 박'이라고 불렸어요. '메소드 박, 열연하지 마. 외면 연기가 필요해'라고 했어요. 정말 스펀지 같고, 너무너무 머리가 좋아요. 고민시 배우 또래의 배우들은 사실 촬영이 끝나면 모니터 앞에 있거나, 심한 경우는 차에 가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고민시 배우는 카메라 앞을 안 떠나요. 촬영부들이 '카메라 세팅 바꿔야 하니, 제발 나와계시라'라고 할 정도로요. 그러니 안 예뻐할 수가 없죠. 뭐라도 더 하고 싶어 하니까요. 두 배우의 칭찬은 밤을 새워도 모자랄 판입니다. 두 배우가 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겸손하기 때문이고요. 지금 관객들이 좋아해 주시는 건, 온전히 두 배우의 능력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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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선 '밀수' 배우들의 인터뷰에서 하나같이 팀워크의 비결로 '류승완 감독님'을 꼽았다. 현장을 하나로 묶는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나.
"배우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신 건 감사한 일인데요, 제가 다른 현장보다 더 화목하게 하려고 노력한 건 없어요. 똑같이 뛰어다니고, 준비하고 그랬는데요. 이번에는 배우들 팀워크가 너무 좋았죠. 김혜수, 염정아가 중심에서 코어를 받쳐주고 있으니까요. 김혜수 배우는 현장에서 울어요. 퇴근할 때인데 집에 가지도 않고, 스태프들 일하는 거 보면서 '감독님, 저렇게 열심히 한다'라고 감탄해요. 지금 신고 있는 신발도 김혜수 배우가 현장 전 스태프들에게 선물해 준 신발이었거든요. 배우들이 현장을 좋아하니, 그 기운이 스태프들에게도 가고, 다시 찍어야 하는데 스태프들이 막 환호하고 너무 좋아하니 '오케이' 해야 하나 싶고. 그럼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싶고. (웃음) 그나마 제가 한 거라면, 잘 웃은거 정도일까요? 제가 웃음을 잘 못 참거든요. 깔깔대고 웃어요. 저도 잘 몰랐는데, 사람들이 제가 웃으면 창피해하더라고요. 그리고 오케이 하면 좋아서 '오케이' 한 것? 그것뿐이에요. 저도 너무 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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