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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을 떠올리면, 많은 대중은 자연스레 '액션'이라는 단어로 옮겨지게 된다. 그의 장편영화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부터 시작해 '다찌마와 리'(2000), '피도 눈물도 없이'(2002), '부당거래'(2010), '베테랑'(2015) 등의 작품을 연출해왔다. 굳이 작품들을 나열하는 이유가 있다. 그 작품들이 류승완 감독이 얼마나 액션에 진심인지를 가장 잘 이야기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류승완 감독이 올해 여름 관객과 만날 작품은 영화 '밀수'다. '밀수'는 바다에서 생물을 잡던 사람들이 들어선 화학 공장으로 직업을 잃은 뒤, 밀수품을 건져 올리며 살던 중 큰 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소개에는 '해양 액션 활극'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류승완 감독을 상징하는 단어가 두 개나 등장한다. 액션과 활극. 거기에 그가 새롭게 도전하는 해양이라는 단어가 합쳐졌다. 기대를 안 하기 어려운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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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장도리를 쓴 배경이 되어준 분이 감독님의 고향 분이라고 들었다. 어릴 때 바닷가에서 산 경험이 '밀수'의 바탕이 되었나.
"바닷가 마을에서 살지는 않았지만, 어린시절 기억하는 밀수품들이 있어요. 지금이야 밀수품이 범죄와 관련된 단어지만, 70년대 한국 사회는 통제되어 있던 사회고, 완전히 개방이 안 되어있던 시대로 기억하거든요. 잘사는 친구네 집에 가서 맛있는 캐러멜을 먹으면 밀수품인 거죠. 그리고 우연히 박물관에 있는 '밀수품에 해녀들이 가담했다'라는 자료를 보게 됐어요. 더불어 '미스테리아'라는 장르 잡지가 있는데, 부산에서 밀수가 횡횡할 때 범죄에 휘말렸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단편 소설이 있었거든요. 수년 전 그걸 보고 '재밌겠다'라는 생각을 가족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제작사 부사장님께서 언급하셨어요. 처음엔 연출할 생각이 없다가 각본을 보고 '이거 재미있겠다, 못 본 장면을 펼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Q. 물속에서 액션이 감독님의 많은 고민을 느껴지게 했다. 첫 번째는 여성들의 액션을 보여주고 싶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액션에 대한 갈증이었다.
"사실 물속에서 액션하는 장면은 있었어요. '007 시리즈'에서도 있었고요. 그런데 완전히 맨몸으로, 비무장 상태에서 해녀들이 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액션을 펼칠 때, 어떤 액션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물의 저항을 받기에 움직임이 빠를 수가 없잖아요. 그럼 여성과 남성이 육체적인 대결을 한다고 했을 때 좀 더 물에서 숙련이 잘 된 사람이 유리하겠다 싶었어요. 저는 여성들이 아무리 액션을 잘해도, 액션 영화에서 마초들을 이기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거든요. 하지만 물속이면 가능하겠다 싶었죠. 제가 액션을 찍으면서 중력의 작용으로 구사하지 못했던 카메라 움직임들을 구현하며 짜릿한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춘자(김혜수)와 갈고리와 대결할 때 몸이 엉키는 장면 있잖아요.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나 가능한 액션이 물속에서 가능하다니 싶더라고요. 그리고 더 짜릿했던 건, 배우들 중 수영을 못하는 사람도 있고, 공황이 있는 사람도 있고, 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배우도 있었는데요. 언제 그랬냐는 듯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처럼 움직일 때, 그때 감동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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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첫 시도인 만큼, 아쉬운 지점도 있었을까.
"독특한 움직임을 할 수 있어서 더 좋았어요. 아쉬운 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할 수 있는 건 다한 것 같아요. 물속에서 이렇게 대규모로 찍는 게 별로 없어서 물에서 미술팀이 해초 세우는 노하우도 없이 처음이거든요. 세팅만 하면 준비한 해초가 눕는 거예요. 바위도 어떻게 놓아야 할지 모르겠고요. 수조가 세트이다 보니 2일에 한 번씩 물도 갈아줘야 해요. 그리고 촬영팀이 카메라를 세팅해 놓고 배우들이 입수하면, 그 세팅이 다시 움직이고, 촬영팀도 산소 보충을 위해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요. 정말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었죠. 그만큼 저희 능력치에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현장이었습니다."
Q. '류승완의 액션'은 대중의 관심이었다. 지상과 수중 액션을 경험해본 지금, 어떤 욕심을 가지고 있나.
"저는 스스로 액션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도 액션 영화를 좋아해요. 액션의 개념이 좀 다르기는 하죠. 제가 너무 좋아하는 80년대 홍콩 영화, 할리우드 액션 영화, 그리고 바스턴 키튼의 슬랩스틱 코미디도 저에게는 너무나 훌륭한 액션 영화에요. 더불어 심리적인 작용이 강렬하게 일어나는 스릴러 영화나 코미디 영화도 저에겐 액션 영화고요. 저는 영화의 본질이 결국 '움직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다리를 꼬는 행동 하나도 저에겐 중요한 액션이에요. 다음 작품에서 어떤 각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어떤 액션의 꿈을 꿀지가 달라질 것 같은데요. 관객에게 어떤 통쾌함, 희로애락 등 어떤 정서적인 효과를 목표로 두는 작품일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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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로운 시도가 담긴 '밀수'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나.
"저희가 첫 주자가 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모두가 한 걸음 뒤로 가서 앞서게 된 거고요.(웃음) 영화 '밀수'의 감독으로 개봉하는 이 시점에서 말씀드리자면, 그냥 이 영화를 본 관객분들이 좋은 기분을 갖고 극장을 나서면 좋겠어요. 만족도가 높으면 좋겠다 싶고요. 그래야 자연스럽게 다른 기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Q. 자연스럽게 다른 기대로 이어진다면, '밀수2'를 기대해 봐도 되는 건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지금은 (웃음) 캐릭터들이 너무 사랑스러워서요. 80년대로 배경을 옮겨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도 자주 했었죠."
* 해당 내용은 [인터뷰②] 류승완 감독, '신뢰의' 김혜수X염정아→메소드 박X고민시 "온전히 배우들의 힘"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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