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경기도 파주시 초롱꽃마을 3단지(파주운정 A34) 지하 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천막이 설치된 모습./뉴스1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철근누락이 발견된 파주운정 A34 지구의 설계사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관한 설계전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받았고, 시공사인 대보건설은 LH로부터 5년간 3건의 공사에서 벌점을 받고도 또 공사에 참여해 엘피아들의 카르텔이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파주운정 A34 단지의 설계사 에스아이건축사그룹은 LH 퇴직자가 직접 세운 업체다. 부실시공이 드러난 LH 무량판 구조 아파트 중 파주운정 A34단지의 설계와 충남도청이전신도시 RH11‧양주회천 A15‧인천가정2 A-18L의 감리를 맡았다.
이 업체가 구성한 컨소시엄은 지난 2020년 국토부와 LH가 진행한 ‘미래건축 특별설계’ 첫 공모전에서 ‘스마트 신혼희망타운’ 설계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최우수 선정으로 국토부 장관상을 수령하고 단지 설계권을 따냈다.
국토부는 지난달 31일, 이 업체가 설계한 파주운정 A34 지하주차장 철근이 빠진 이유는 시공이 아닌 설계 문제라고 밝혔다. 구조계산과 계획 변경구간의 계산이 누락됐다고 설명했다.
부실아파트를 설계한 업체에 앞서 국토부는 장관상까지 쥐어준 것이다. 이 아파트 주차장에서는 300여개의 기둥 중 12곳의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LH 전관예우는 부실공사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전관 영입은 사실 업무편의나 정보 수집, 원활한 문제해결에 역할을 하기 위함인데, 관행적으로 흘러가게 되면서 부실공사가 발생하는 요인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공사인 대보건설은 LH로부터 5년간 3건의 공사에서 벌점을 받았다. 그런 업체가 LH 아파트 시공에 또 참여, 부실시공을 일으킨 것이다. 대보건설은 이번에 드러난 ‘순살아파트’ 중 파주운정3 A-23BL 지구에도 시공사로 참여했다.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건설사업자 및 건설사업관리자 벌점 부과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공공주택 15개 단지 중 13개 단지의 시공, 감리, 설계 업체가 모두 벌점을 받은 바 있다.
벌점을 가장 많이 받은 업체는 케이디엔지니어링과 목양으로, 부실 설계 및 감리의 사유로 각각 벌점 6.28점, 3.83점을 받았다. 3위인 대보건설의 누계 벌점은 4.72점이다.
15개 단지 중 벌점 받은 업체가 한 곳도 없는 곳은 광주선운2 A-2BL과 양산사송 A-88L 두 곳 뿐이다. 모두 LH가 ‘셀프 감리’한 곳이라 이마저도 신뢰가 떨어진다.
허영 의원은 “안전을 가장 우선 해야 할 LH가 발주한 공공주택단지 사업에 설계·시공·감리 건설 전 과정에서 벌점을 받은 업체가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LH의 안전불감증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며 “국민 생명을 위협한 LH는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