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캠퍼스 1라인./삼성전자 제공
상반기 실적 바닥을 찍은 국내 반도체 업계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생산 확대를 통한 포트폴리오 질적 개선으로 반등을 꾀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세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인 HBM이 반도체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역량을 강화하며 실적 개선과 돌아오는 업턴(상승 전환기)을 준비하고 있다.
HBM은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혁신적으로 높아진 고성능 제품이다. 생성형 AI 시장 확대로 대량의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HBM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생성형 AI에 쓰이는 HBM3의 가격은 기존 메모리보다 6배 이상 높아 수익성도 높다.
삼성전자는 HBM 수요가 올해와 내년 가파르게 성장할 것을 기대하며 HBM 사업을 확대한다. 올해 하반기부터 HBM 공급을 늘려나갈 방침이며, 2024년 HBM 케파는 올해 대비 최소 2배 이상 확보 중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의 성능과 초저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HBM3 16기가바이트(GB)와 12단 24GB 제품을 주요 AI·클라우드 업체에 출하를 시작했다. 다음 세대인 HBM3P 제품은 24GB를 기반으로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두주자지만 그중 HBM 시장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순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4세대 제품인 HBM3를 지난 2021년 세계 최초 개발했으며, 지난 4월에는 현존 최고 용량인 24기가바이트(GB)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5세대인 HBM3E 양산에 돌입하고 2026년 6세대인 HBM4를 양산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HBM 시장 초기부터 축전된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선두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2026년경부터는 HBM4 세대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며 그 흐름에 맞춰 착실히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 확대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까지 반도체 회복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개인 소비 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경기 회복은 수요 산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며 “AI용 반도체가 30~40%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도 전체 시장에 차지하는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전체 업황에 의미 있게 반영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