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를 순살아파트로 부실 시공한 건설사들 중 일부가 LH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이 조사 지시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LH경력 우대'라는 채용공고를 2일 현재 버젓이 올려놓고 있다.
검단신도시 붕괴와 부실사고의 원인이 LH 전관특혜에 있다며 윤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나서 건설업 이권 카르텔을 부숴야한다 강조하고, 원희룡 장관도 책임을 공감하고 철저히 조사하자는 마당에 이를 비웃는 듯 전관예우를 찾고 있는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 공무직은 넓은 범위의 업무를 포괄한다. 회사의 규모 및 내부 사정에 따라 사무업무부터 준공 전체 기획까지 범위가 달라지곤 한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공사 착공, 수주 등 전반적인 준공에 영향력 있는 직무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이 갖춘 인적 인프라 역시 공사를 수주하고 준공하는 과정에서 활용된다”고 했다.
LH 부실아파트인 파주 운정3(A23 분양·1012세대) 단지를 시공한 대보건설은 부문별 수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공무, 공사 부문에서 LH 경력을 우대한다고 적어두었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채용 진행 시 관련업계 종사 경력이나 관련 자격증 보유 사항을 우대하고 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LH 경력’을 우대하는 것은 전관영입을 목표로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전관은 영업을 하는 로비스트다. 설계와 시공, 감리 등 일을 수주할 때 이권이 생기곤 한다. 또 LH와 협업할 경우 (LH 현직이) 전에 모시던 상사인데. 잘못한 부분을 수정하라고 말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명기 교수는 이어 “LH 경력자 우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한 결과다. 전관 영입은 사실 업무편의나 정보 수집, 원활한 문제해결에 역할을 하기 위함인데, 관행적으로 흘러가게 되면서 부실공사가 발생하는 요인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실공사가 조성될 수 있는 환경이 이권 카르텔이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전날 국무회의에서 LH아파트 부실공사의 근본원인은 ‘건설 업계의 이권 카르텔’이라며 “반드시 깨부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권 역시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을 타파하겠다며 정조준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LH의 재취업 관리 대상은 2급 이상 고위직에 국한돼 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기준 LH 전체 임직원은 6778명 중 2급 이상 고위직은 약 6%인 426명에 그쳐 범위를 확대해야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실제로 이번에 LH아파트 준공을 부실하게 진행한 전관업체들을 살펴보면 LH 전직 이사, 부장 뿐 아니라 과장, 차장급 인사들이 영입된 경우도 다수다. 이에 업계에서는 LH 재취업의 제한 대상 확대, 제한을 넘어 금지 등 공직자윤리법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에서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LH가 2016년부터 7년간 2급 이상 퇴직자가 재취업한 업체와 8051억원(150건)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돼 공분이 일기도 했다.